증권
올해도 3%룰 발목…238社 감사선임 초비상
입력 2020-02-13 17:59  | 수정 2020-02-13 20:46
◆ 레이더 M ◆
올해도 감사 선임 대란이 불가피해졌다. 3% 룰 때문이다. 감사 선임 부결 사태는 상장회사협의회가 3% 의결권 제한제도 폐지를 올해 최우선 사업목표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회사협의회는 4월 총선 이후 새 국회가 열리자마자 국회 설득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3% 룰 폐지는 상법 개정 사항이다.
1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감사 선임 부결 위험이 있는 상장사는 238개로 나타났다. 이는 상장회사협의회가 공시된 상장사 지분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감사 선임 안건의 부결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3% 룰이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는 소액주주를 끌어모아도, 대주주의 발행 주식 총수 3% 초과분은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주총 의결 요건을 충족시키기 힘들다"며 "섀도보팅 폐지 후 3% 룰 때문에 감사 선임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3% 룰은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입김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그런데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감사 선임 실패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섀도보팅은 의사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56개사, 지난해엔 12월 결산 상장사 149곳이 주총에서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다. 상법은 상장사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등에 대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3% 초과 보유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감사 선임 안건 통과를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까지만 인정되는 대주주 지분에다 소액주주 지분으로 의결정족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감사 선임 등 주총 보통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50% 이상 찬성이다. 최소 발행 주식 25%가 주총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상장사가 주총에서 감사 선임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발행 주식 총수는 100주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41주, 소액주주는 59주를 보유했다. 최대주주 등은 주총에 전원 참석, 소액주주는 8주가 주총 참석 및 찬성표를 던졌다. 감사인 선임 시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최대주주 등은 100주의 3%인 3주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참석·찬성표는 대주주 측 3주와 소액주주 8주를 합한 11주로 계산된다. 여기서 발행 주식 총수는 62주로 조정된다. 최대주주의 3% 초과분(41-3)은 발행 주식 총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즉, 감사인 선임을 위한 보통결의 최소 찬성 요건은 62주의 4분의 1인 16주다. 11주는 부결이다. 최대주주 측이 발행 주식 41%를 갖고 있어도 소액주주들이 주총을 외면하면 감사 선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평균 참석률은 7.28%에 불과하다.

상장회사협의회는 감사 선임 부결 사태 해결 방법으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감사 등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의 폐지가 필요하다"며 "이 밖에 섀도보팅 부활이나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발행 주식이 아닌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3% 의결권 제한 폐지는 상장회사협의회의 올해 최우선 사업목표다. 협의회는 4월 총선 후 21대 국회에 3% 의결권 제한제도 폐지와 의결정족수 완화 등 주총 결의 방법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 의결권 제한 완화 등 입법·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대 국회에선 권성동 의원과 김성원 의원 등이 3% 룰 폐지 등 주총 결의요건 완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3% 룰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회원사에 사외이사 인력뱅크 안내공문을 보냈다. 올해 정기주총에서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 <용어 설명>
▷ 3% 룰 :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일컫는다. 주요 주주의 3% 초과분은 발행 주식 총수에서도 제외된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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