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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벽화만 그리나…" 건산硏, 도시재생 한계 지적
입력 2020-02-13 17:58  | 수정 2020-02-13 19:36
문재인정부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도시재생 사업에서 민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 도시재생 사업이 정부 주도로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공적 재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민간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 쪽방촌 정비 사업과 용산 혁신지구 사업 등 '개발'을 중시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3일 '민간참여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공 재원으로만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존 도시재생 사업에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14~2017년 선정된 대도시 위주의 도시재생 사업(경제기반형·중심시가지형)을 분석한 결과 '민간 투자 견인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28개 사업 중 14개(50%)가 민간 투자 없이 공공 재원만으로 추진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기반형 등 사업이 도시재생에서 그나마 민간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건산연은 현재 도시재생 사업의 근본 문제점으로 '잘못된 인식'을 들었다. '개발은 도시재생이 아니다' '도시재생은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고, 수익성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기존 도시재생 사업이 소방차가 못 들어가는 좁은 골목은 그대로 두고 벽화만 그린 채 끝난다"며 "가장 필요한 도로, 공원,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도시재생 사업에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개발 사업을 위한 공공 토지 확보 △민간 토지를 활용한 민간 참여 도시재생 사업 추진 △사업성 개선을 통한 민간 투자 유치 확대 △민간 참여 사업과 연계된 마중물 예산 사용 기간 유연화 △실용적 접근의 중요성 △시민들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성 △민간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공공 부문 역할 수행 등 7가지다.
이 부연구위원은 "민간투자법 개정은 도시재생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논의가 금기시되다시피 한 분야였다"며 "실제로 뉴욕의 허드슨 야드나 런던의 패딩턴 등 해외 도시재생 선진국에서는 민관 협력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민간 재원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공공성 높은 개발을 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창동·상계나 신탄진 재생 사업처럼 민간 재원을 활용해 거점시설을 조성하거나,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조성하는 사례들이 극히 일부 존재한다"며 "앞으로 이런 방식이 더욱 폭넓게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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