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얀 석유` 리튬…전기차 테슬라 뜨면서 휘발유, 경유 시대 저문다
입력 2020-02-13 11:59 

남미 볼리비아 관광명소이자 리튬 매장지인 우유니 사막 풍경. 볼리비아는 리튬 트라이앵글(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로 통하는 지역이다. 지난 해 12월 퇴진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은 "미국이 볼리비아 리튬 때문에 벌인 쿠데타 탓에 내가 퇴진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로 리튬은 글로벌 시장...
'세계 경제의 혈액' 석유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새다. 대신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이 떠오르면서 요즘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선 "모든 건 변한다"는 말이 새삼 와닿는 분위기다. 리튬이 뜨는 이유는 각국 정부가 경유·휘발유로 굴러가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리튬전지로 굴러가는 전기자동차를 지원하고 나서면서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어 '테슬라 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테슬라 주가는 주식 시장의 비트 코인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고, 원자재 시장에서 리튬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리튬 관련 주식들이 '테슬라 테마주'처럼 떠오르는 중이다. 리튬은 2차전지(리튬배터리) 원료다. 2차 전지는 기존에도 스마트폰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됐지만, 최근 세계 각국 정부의 '탄소배출 감축'정책에 따라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관심을 끌게 됐다. 관련 주식도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미국 전기차제조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증시 눈길을 끌면서 전기차리튬배터리 관련 회사인 리벤트 등의 주가도 동시에 상승세를 탔다.
실제로 지난 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가 전날 대비 20.8%폭등한 데 이어 4일 또다시 13.7%급등하자, 같은날 리벤트 주가는 17.65%, 앨버말코퍼레이션는 11.9%, 소시에다드키미카이미네라는 8.8%상승했다. 지난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화학기업 리벤트(Livent ,NYSE: LTHM) 주가가 올해 들어 17%나 뛰었다. 올해 1월 첫 거래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불과 40여일 만이다.
리벤트는 '리튬 트라이앵글(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로 통하는 아르헨티나에 리튬 채굴 시설을 두고 있다. 칠레에 리튬 채굴 시설을 둔 미국 앨버말코퍼레이션( Albemarle, NYSE: ALB)도 같은 기간 16%주가가 뛰었고, 뉴욕 증시에 상장한 칠레의 소시에다드키미카이미네라(Sociedad Quimica y Minera, NYSE: SQM) 주가도 13% 급등했다. 리튬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모아놓은 리튬 ETF인 LIT(Global X Lithium ETF)도 부쩍 개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아르헨티나 살타 주에 있는 해발 4000m높이 포수엘로스(Pozuelos) 소금 호수 모습. 호수(면적106㎢) 리튬 매장량은 150만 톤으로 추정된다. [출처 = 포스코]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리튬에 관심 가지는 모양새다.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감염증이 한·중·일 증시를 짓누르던 이달 초 한국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만큼은 테슬라를 따라 주가 급등 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파나소닉은 기존 테슬라와 전기차 배터리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던 업체이고, LG화학과 CATL은 올해 들어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하면서 몸값이 뛰는 모양새다.
리튬 전지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로 하고 시범가동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4분기 어닝콜에서 "테슬라는 미래에 테라와트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과 다임러도 칠레에서 리튬 개발에 한창이다.
다만 리튬 시장은 당장 호황을 맞기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측면이 있다보니 기대감에 따른 수급이 움직이는 탓이다. 현재로서는 리튬 공급이 '과잉'이지만 수요가 점차 늘면서 과잉 공급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리튬 가격이 한 해 동안 30%가량 떨어졌다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2018년 8월 t당 약 2만달러를 나타낸 아시아산 수산화리튬 가격이 지난 해 8월 t당 1만4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배경은 호주 등을 중심으로 리튬 광산이 늘어나는 등 리튬 공급이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2015년 중반부터 2018년 중반까지는 3년 동안 리튬 가격이 세 배 가까이 뛴 것을 감안하면 가격 변동이 큰 편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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