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기생충`에 기생하려는 정치권
입력 2020-02-13 10:23 
[사진 =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온나라가 '기생충 신드롬'이 빠져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기생충'에 기생하기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든 기생충과 엮어 보겠다는 것이다. 포스터에 자기 사진을 넣어 패러디하거나 기생충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정치 공약을 만들어 내는 등의 시류 편승은 애교 수준.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경북(TK)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봉준호 박물관, 생가 복원, 영화·카페거리 조성 등의 아이디어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동상 건립이라는 구시대적 발상까지 동원됐다.
자유한국당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인 강효상의원은 봉감독과 대구의 인연을 강조하며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세계적인 영화 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생충 4관왕 탔다고 난리들이던데.."라는 글을 적으며 "20대 국회 4년동안 총 15관왕"이라고 수상이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생충 인기에 편승해 의원들이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는 행태에 대해 껄끄럽다는 이들이 적지않다. 특히 봉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언급하며 "대단히 악몽같은 기간이었다. 한국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바있다.
한국당의 낮뜨거운 '기생충 마케팅'에 친문저격수로 변신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마저 총뿌리를 야당으로 돌렸다. 그는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다. 봉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미경 CJ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기생충'은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빈부격차, 계층갈등 등을 다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다.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기생충이 비판하고자 했던 사회 양극화다. 영화의 철학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정치 마케팅에 '기생충' '봉준호'를 오남용해서는 곤란하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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