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만든 인천항만공사가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사드(THAAD) 보복 일환으로 중단시켰던 한국행 크루즈 관광을 재개하면 이를 발판으로 크루즈 시대를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전날 정부의 크루즈 입항 금지 조치로 인해 올해 확정된 13척의 크루즈도 입항을 장담할수 없게 된 상황이다.
11일 인천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전날 정부의 크루즈 입항 금지 조치에 따라 3월 25일 예정된 오세아니아크루즈의 인천항 입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만t급 오세아이나크루즈는 올해 인천항에 입항하는 첫 크루즈로 약 700명의 여행객을 태우고 홍콩을 출발해 대만~일본~제주를 거쳐 인천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크루즈 입항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아직 한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어 그때까지 (금지 조치가) 지속될 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해상 격리중인 아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승객이 130여명을 돌파하면서 입항 가능성은 낮게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오픈한 공사는 직격탄을 맞게된다.
지난해 수도권 최초, 부산·제주·여수광양·속초에 이어 국내 5번째 크루즈 전용 터미널로 선보인 인천크루즈터미널은 길이 430m, 수심 12m로 세계 최대 규모다. 터미널을 단순 기항지가 아닌 모항지로 격상시켜 중국 한국 북한 등을 연결하는 동북아 크루즈 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탄생했다.
문제는 2017년 한중 사드 갈등 이후 중국발 크루즈 기항이 끊기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항을 찾은 크루즈는 총 10척으로 2014년 92척(18만명)에 비해 9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3척 많은 13척이 기항을 확정했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입항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13척중 10척은 인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이용할 계획이어서 만약 이들 크루즈 입항이 취소되면 인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2년째 개점휴업을 이어가야 할 판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올해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고 사드 보복 해제 기대감으로 인해 20~30항차는 충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신종 코로나가 발생해) 아쉽다"면서 "신종코로나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크루즈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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