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킥스타터 창업자 "기생충 수상, 국경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입력 2020-02-11 11:11 
찰스 아들러 킥스타터 창업자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내쉬빌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이벤트 3D익스피리언스 월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내쉬빌 = 신현규 특파원]

"기생충의 수상은 우리가 (국경을 넘어선) 풍성한 문화들을 함께 만들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첫번째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분되는 순간이었어요."
창작자들이 후원자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킥스타터를 만든 찰스 아들러 창업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내쉬빌에서 열리고 있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월드 이벤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일경제를 만나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킥스타터는 아들러 창업자가 창작자들이 후원자를 모집하기 어려워 하는 것을 보고 2009년 만든 플랫폼. 지난주말까지 누적 47억 달러(약 5조원)의 자금을 스타트업이나 창작자들에게 연결시켜 주었다. 이번 아카데미 상에도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한 '헤어러브'가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아들러 창업자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에 대해 받은 느낌이 무엇이었나"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내 아내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바이어스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영화의 스토리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의 수상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더욱 증진시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같은 작은 나라에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라는)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 같은 창작자들이 한국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가들에서 나올 수 있는 시작을 열었다는 것이다.
찰스 아들러 킥스타터 창업자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내쉬빌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이벤트 3D익스피리언스 월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내쉬빌 = 신현규 특파원]
그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보고 이런 질문이 들었다"며 "'국경'(Border)이라는 것에 더 이상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물음"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맨인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여행했고 88올림픽 때는 한국에도 살았던 경험이 있다"며 "그래서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이 있는지를 잘 안다"고 덧붙였다. 아들러 창업자는 또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그런 풍성한 문화로 가는 첫번째 시작일 뿐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흥분된다"며 "앞으로 긴 시간에 걸쳐 더 풍성한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는 시작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다쏘시스템 이벤트의 기조연설을 통해 킥스타터를 창업한 이유 또한 봉준호 감독이 이야기한 '1인치의 장벽'처럼 창작자들이 갖는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산업화되고 있었다"며 "사람도 산업화되고 창의성 또한 산업화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산업의 예를 들었다. '다이하드' 같은 영화가 시작된 이후 비슷한 포맷의 영화에 투자금이 몰려들고 똑 같은 영화를 수십년간 반복해 찍는 일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화들에는 자금이 투자되기 어렵거나, 저평가된다. 그는 "규칙이란 파괴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과거 펑크락 운동의 정신을 끄집어냈다. 어떤 영화가 아카데미를 수상하는지에 대한 예측은 그동안 공식처럼 짜여져 있었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그런 규칙을 파괴했다. 아들러 창업자는 지속적으로 창업자들이 기존의 규칙을 파괴하는 작업들을 도와주는 플랫폼과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는 스스로 초기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작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비스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스텔스모드(스타트업이 기술개발을 완료하기 전까지 비밀스러운 상태에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내쉬빌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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