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진·대림·효성…대기업 오너家 23명 올 주총서 재선임 표대결
입력 2020-02-10 17:24  | 수정 2020-02-11 09:55
주요 대기업집단의 오너들이 대거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올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표 대결이 예상된다. 특히 이른바 '갑질 의혹'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지배주주의 이사 선임안이 상정될 경우 일반투자자를 비롯해 민간자산운용사, 국민연금 등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율이 확고한 일부 대기업은 소액주주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건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0일 '2020년 주주총회, 주요 그룹 지배주주 등의 재선임 현황' 자료를 통해 사회적 이슈(법령 위반 등)가 있었던 지배주주의 재선임 안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12월 결산기업의 주주총회가 이달 중순 본격화되면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핵심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지배주주의 주총 재선임 안건은 국민연금, 외국인 지분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 통과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집단을 기준으로 지배주주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는 올해 17개 그룹에서 23명, 내년 16개 그룹에서 19명, 2022년 11개 그룹에서 17명에 달한다. 이 중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한진, 롯데, 효성, 대림 등의 이사 재선임 안건이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은 조원태 회장이 다음달 23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고,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 정권 비리 의혹에 얽힌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임기 만료일 3월 31일), 롯데제과(3월 23일) 이사를 맡고 있으며, 횡령·배임 의혹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효성은 조현준 회장(효성·효성아이티엑스, 3월 22일), 조현상 사장(효성 3월 22일, 신화인터텍 3월 16일)이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대림산업의 경우 갑질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올해는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활동을 강화하고, 위탁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위임도 시행함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직접 주식 보유뿐만 아니라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 비중 0.5% 이상' 등 의결권 위임 투자 기업이 346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활동 사항으로 중점 관리 사안까지 결정한 바 있다. 5가지 중점 사안은 △기업 배당 정책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사안 △지속적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정기 ESG 평가 결과 하락 사안 등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기존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기업의 사내이사라면 재선임 안건 자체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총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의결권 자문기관의 자문에 따라 재선임 찬성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위법이나 과도한 겸임 등의 이유가 있으면 재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여지가 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운용사로서는 의결권 자문 기관의 의견을 대부분 따르는 경향이 있어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표 대결로 갈 경우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안건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오너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해당 기업엔 상당한 부담"이라며 "주요 기관들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상장기업이 주총에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인 견해 표명과 주주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채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제림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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