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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10명 입사하면 1년後 6명 그만둬…아령화 현상
입력 2020-02-10 09:36 

생명보험 설계사로 입사 후 1년 이상 생존율이 38.2%(2019년 상반기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이 입사하면 6~7명이 그만두고 3~4명만이 생존했다. 근속연수 기준으로 1년 미만이 29.1%, 1~2년 16.1%, 2~3년 9.0%, 3~4년 5.9%, 5~5년 4.2%이고, 5년 이상 근속이 35.6%로 1년 미만과 5년 이상이 주종을 이루는 '아령형 양극화'의 특이한 분포를 보였다.
10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7년까지 38년간 580만명(연간 15만7000명)이 생명보험 설계사로 입사하고, 574만명(연간 15만5000명)이 탈락했다.
생명보험협회 설계사 자격시험 및 등록현황 통계자료에 의하면 매년 신규등록 설계사는 1980년대에는 연간 20만명 내외로 등록, 탈락했고 1990년도에는 연간 30만명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에는 10만명 이하로 급락했다. 요즘은 5~6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탈락 인원도 1990년대 초에는 등록 인원의 80~90%였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는 도입 인원보다 많은 110%~140%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탈락 인원이 도입 인원의 105%~110% 수준이다.

설계사 등록제도가 도입된 1979년 이래 2017년까지 38년간 580만명(연간 15만7000명)이 생명보험 설계사로 입사하고 574만명(연간 15만5000명)이 탈락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를 2000만 가구라 할 때 3.5 가구당 1가구는 생명보험 설계사로 등록했다가 탈락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생명보험 설계사는 1981년 10만명을 넘어선 이래 매년 꾸준히 증가해 1990년도에 20만명을 넘어섰고 1994년에는 30만명을 넘어 1995년도에는 35만 3185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계속 감소해 2000년도에 20만명대로 줄다가 이후 신규 등록 인원보다 탈락 인원이 많아 매년 1만~2만명씩 줄어 2010년에는 15만명으로 감소, 2018년에는 10만명이 겨우 넘는 11만 2595명이 남아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설계사를 모집할 때 '고소득 전문직, 자유로운 컨설턴트' 등 달콤한 말을 내세우며 전문가 유망직업으로 입사를 권유하지만 위촉 후에는 보험계약 초회보험료의 13배까지 고액의 모집수당(월보험료 10만원의 보험상품 1건을 모집 시 130만원의 모집수당을 지급)을 내세우며 연고계약 위주로 모집을 강요한다. 생보사들은 지난 40년동안 대량도입, 대량탈락을 통한 영업은 변함이 없었던 셈이다.
대부분 1년간 친인척 등 인맥 위주의 연고모집 후에는 탈락(62.8%)하게 되는데 그만두면 보험계약은 고아계약이 돼 관리자가 없어지게 되고 흔히 해약하거나 실효된다. 이 경우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당분을 소비자에게 부담시켜 해약손(미상각신계약비 공제)을 입게 되고, 모집 설계사는 그동안 받은 모집수당을 토해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는 해약익과 모집수당 환수로 이중이득(二重利得)을 얻는 고질적인 영업전략이었다.
보험설계사 모집이 어려워지자 최근 일부 생명보험사에서는 보험설계사를 '금융전문가' '종합금융전문가'로 명칭을 바꿔 '겨울방학 인턴 금융전문가' '청년 금융체험단' 등으로 마치 내근직원을 모집하는 것처럼 구직중인 대학생들을 보험설계사로 대거 채용했다. 일부 취준생들은 보험설계사인지 모르고 발을 들여놓았다가 상품판매 압박으로 가족 등 지인 등에게 불완전 판매를 하고 끝내 그만두는 일도 종종있다. 이러한 영업행태가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워 온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렇게 보험이라는 이미지가 나빠지자 보험사들은 모집인을 보험 설계사 대신 '재무설계사나 금융설계사' 등으로 부르고 있다. 자사 모집조직을 법적 용어인 '보험 설계사'로 부르는 생보사는 한 곳도 없다.
생보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명칭은 'FC(Financial Consultant)' 'FP(Financial Planner)'다. 소비자의 재무를 상담하거나 설계하는 재무설계사란 의미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생명보험 업계가 지난 40년간 전문가 육성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보험설계사를 모집해 영업을 했으나 사실은 전문 설계사를 키우는 것 보다는 연고계약 등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으로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 혁신적인 영업조직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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