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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6년 6개월만에 연장 우승…"신의 선물 같다"
입력 2020-02-10 09:12  | 수정 2020-02-17 10:05

33살 박희영이 바닥을 치는 절망을 딛고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박희영은 어제(9일)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 비치 골프 링크스의 비치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총상금 110만달러)에서 치열한 연장전을 뚫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4라운드까지 8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박희영은 30살 유소연, 21살 최혜진과 공동 1위에 올라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연장전은 4차전까지 이어졌습니다. 2차전에서 버디 퍼트를 놓친 유소연이 탈락했고, 4차전에서는 샷 실수를 한 최혜진이 흔들렸습니다.


강풍 속에서도 끝까지 차분한 플레이를 한 박희영이 우승컵의 주인이 됐습니다.

박희영에게 매우 뜻깊은 우승입니다.

박희영은 한때 LPGA 투어의 한국인 돌풍 주역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골프를 그만둘 생각도 했습니다.

그는 16개 대회에 출전해 5차례 컷 탈락했습니다. 최고 성적은 베이 인터내셔널의 공동 12위였습니다. 시즌 상금은 10만3천327달러(약 1억2천만달러)로 110위에 해당했습니다.

저조한 성적으로 박희영은 2008년부터 12년 동안 유지했던 LPGA 투어 출전 자격을 잃고 말았습니다.


공식 우승 인터뷰에서 박희영은 "작년은 내 생애 최악의 해였다"라고 돌아봤습니다.

그는 "더는 골프를 칠 마음이 안 들어서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11살에 시작한 골프를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박희영은 11월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응시했고, 2위를 차지하며 2020시즌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박희영은 "Q스쿨에 응시했고, 올해 다시 대회에 나갈 기회를 얻었다"며 "나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이 우승은 신의 선물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지탱해준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박희영은 "2019년에 결혼도 했고 가정을 이루면서 골프를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후원사인 인수그룹, 남편, 가족이 응원을 해줘서 이번 대회 우승까지 온 것 같다. 좋은 결과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라고 밝혔습니다.

박희영은 30살 박주영과 자매 LPGA 투어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강풍 속에서도 침착하게 연장전에 임한 비결을 묻자 "바람이 불 때 샷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 이번 주에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똑같은 샷과 기술을 반복했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희영은 2011년 11월 CME 그룹 타이틀홀더스와 2013년 7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6년 6개월 26일 만에 개인 통산 3승을 달성했습니다.

1987년 5월 24일생인 박희영은 만 32살 8개월 16일에 우승하면서 지난해 34살 지은희가 세운 종전 기록(32살 8개월 7일)을 깨고 한국인 최고령 우승 신기록도 작성했습니다.

박희영의 부활과 함께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도 본격적인 올 시즌 시동을 걸었습니다.

앞서 열린 2020시즌 두 개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가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 시즌 첫 2개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은 2014년 이후 올해가 6년 만입니다.

하지만 시즌 3번째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 세 명이 우승과 공동 2위를 싹쓸이하며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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