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전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내집마련에 성공한 맞벌이 김모씨(30대) 부부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입주 날짜가 다가오면서 어린이집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을 알아봤지만 입소대기가 50번째를 넘긴 순번이라 김씨 아이가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다. 인근 민간 어린이집이나 가정 어린이집도 찾아봤지만, 해당 지역 입주가 한꺼번에 몰린 터라 역시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직장을 다니는 아이 엄마는 이미 출산휴가를 다 소진한 상태이고, 친정부모님 등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친정찬스'도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둘다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김씨 부부는 아이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나마 김씨 회사에는 이미 1년 전에 남자직원의 육아휴직 케이스가 있어서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휴직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서울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서울소재 2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제도활용 실태조사` 결과 [자료 = 서울시]
김씨의 경우처럼 회사에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은 아직 그리 쉽지도, 흔하지도 않다. 실제 서울 소재 중소기업들은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임신출산지원 제도'가 인력대체의 문제, 고용유지 비용부담, 동료 간 형평성 등의 문제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최근 서울시가 2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제도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중소기업들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제도는 '출산휴가'(74.2%)였으며, '육아휴직'은 64.4%가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우자 출산휴가'는 46.4%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유산·사산휴가는 각각 20.6%, 태아검진시간은 17.6%만 시행해 시행률이 현저히 낮았다.
유연근무제, 조기퇴근제(패밀리데이, 금요일 단축근무), 안식휴가와 기타 다양한 휴가제(결재 없는 통보휴가, 두 시간 단위 휴가, 미사용 연차 이월 등)와 같은 제도는 기업 상황에 맞게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중소기업 특성상 비용이 들어가는 제도보다는 시간 사용을 유연하게 하는 제도의 도입이 더 쉽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는 이런 결과에 대해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력대체의 어려움과 고용유지 비용부담, 동료간 형평성 문제 등의 고충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출산휴가 실시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휴가자로 인한 업무 공백(36.0%)'이 가장 크고, 이어 '유급휴가로 인한 인건비 부담(32.0%)', '휴가자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체 인력확보의 어려움(17.3%)'이 뒤를 이었다.
23개 기업의 대표 또는 인사관리자와 심층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한 결과 ▲유급휴가로 인한 인건비 부담 ▲휴직기간에도 고용유지금 발생 ▲육아휴직기간의 퇴직금 산입 등 비용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10일로 길어짐에 따라 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조영미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장은 "기업이 여성인력 채용에 부정적이지 않도록 휴직자 대상 교육, 마인드 교육 등 기업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여성인력 양성 및 매칭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동시에, 여성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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