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는 황교안에 커지는 비판…공관위, 출마지 결단 압박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15 총선 출마지 결정을 머뭇거리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황 대표가 한 달이 넘도록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비(非) 험지'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황 대표의 출마지 결단을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당초 공관위는 오늘(7일) 회의에서 황 대표의 출마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오는 10일로 연기했습니다.

공관위 관계자는 어제(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7일 회의에서 황 대표 등의 총선 출마지와 관련해 결론 내려 했으나 조금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대표에게 시간을 준 모양새지만, 실상은 '10일까지 결단하라'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황 대표의 총선 거취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황 대표를 향한 싸늘한 시선은 주말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의식해 황 대표가 오는 10일 공관위 회의에 앞서 스스로 총선 출마지를 결정,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 공관위가 오늘(7일) 회의에서 출마지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말이 나오자, 황 대표가 공관위 회의에 앞서 총선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 일각에서 제기됐습니다.

황 대표가 공관위에 떠밀려 출마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다만 황 대표는 '7일 입장 표명설'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 앞에 높인 선택지로 서울 종로 출마, 종로 외 험지 출마, 불출마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습니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인 이 전 총리와 맞대결을 펼쳐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기자는 취지로 그간 황 대표의 출마 예상지 1순위로 꼽혔던 곳입니다. 그러나 그간 황 대표는 이를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는 이날 일부 공관위원의 종로 출마 요구에 대해 "공관위원들이 공관위 회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종로 외 험지 출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종로 빅매치'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여론이 거셉니다.

특히 당 일각에서 서울 용산이나 양천갑 등 상대적 강세 지역을 대상으로 황 대표의 출마를 저울질하는 사전 여론조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됐습니다.

공관위 회의에서는 불출마 카드도 언급됩니다. 종로에서 패배하느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해 전체 선거 승리를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불출마가 유일한 답"이라며 "이마저도 시간을 지체한다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 카드도 언급되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야 하기에 쓰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굳이 비례대표 카드를 쓴다면 한국당이 지역구에서 과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가장 끝 번호를 받는 것이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일각에선 '황교안 종로 출마' 압박 자체가 여권의 프레임이니 동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황 대표의 '좌고우면'이 길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주요 인사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할 명분도 옅어지는 상황입니다.

한 공관위원은 통화에서 "황 대표의 말은 '이순신'이었는데 지금 행동을 보니 '원균'보다 못하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원균은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다가 박살 나서 죽기라도 했다. 황 대표는 나가서 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불출마가 아니라 정계 은퇴 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 의사를 밝힌 홍준표 전 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공천배제) 한 뒤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인가"라고 따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