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작년 확인된 우리銀 `고객비번 도용`…왜 지금 논란?
입력 2020-02-05 22:03  | 수정 2020-02-06 01:05
우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새로운 거래 실적을 잡기 위해 장기간 거래가 없던 고객의 온라인 비밀번호를 고객 동의 없이 바꾼 것이다.
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2018년 7월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변경해 활성계좌로 전환했다. 고객 수는 2만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를 개설하고 1년 이상 거래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되는데 이를 다시 거래할 경우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 즉 비밀번호 변경이 휴면계좌의 활성화로 연결돼 새로운 고객을 유치한 실적으로 잡히는 것이다. 당시 우리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이런 비활성화 계좌의 활성화 실적을 점수에 반영하고 있었다. 영업점 직원들 입장에서는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비밀번호를 바꿔 자신들의 실적을 부풀렸던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해 자체 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했고 조작된 거래 실적은 모두 평가에서 제외하는 등 시정 조치했다"며 "그해 10월 금융감독원이 은행 경영 실태 평가에서 이 사안을 검사했고 아직 당국 차원에서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비밀번호 변경 외에 고객 정보가 유출되거나 금전적 피해와 같은 사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2년 전 확인된 비밀번호 변경 사실이 이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걸려 있는 민감한 시기에 금감원이 위법사실을 이미 확인한 사건이 보도된 것이다. 특히 6일에는 우리금융지주 이사진이 간담회를 갖기로 예정되어 있고, 7일에는 결산 실적 확정을 위한 정기이사회도 열릴 예정이다. 더군다나 해당 사건은 당시 우리은행 이사회에도 이미 보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은행 내부 세력이 관련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외환위기 직후 합병해서 탄생했다. 합병 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일과 상업 출신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전임 이광구 행장이 취업 비리로 물러난 배경에는 상업 출신인 이 행장을 사임시키기 위해 한일 출신들이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이번 건 또한 한일 출신인 손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상업 출신들이 제보를 했거나, 손 회장 연임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이 관련 내용을 흘렸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다른 시각으로는 금융감독당국을 주목하기도 한다. 손태승 회장이 행정소송을 내는 쪽으로 기울자 이를 막기 위해 다시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검사가 이뤄진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다가 우리금융 이사회를 앞두고 관련 사건이 기사화된 것도 이러한 의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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