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식석상에 선 이국종 "돈 따오라는 얘기 힘들고 지쳤다"
입력 2020-02-05 16:32 
외상센터 갈등 설명하는 이국종 교수 [사진 = 연합뉴스]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난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가 5일 입을 열었다. 지난달 자신과 아주대병원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첫 공식 석상에서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센터장 사임원 제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출동 의사 인력 증원 문제도 사업계획서상에는 필요 인원이 5명인데 (인력이 부족해) 실제로는 1명만 타왔다"면서 "병원에서 나머지 인원은 국도비를 지원받을 경우 채용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결국 필요하면 돈을 따오라는 뜻"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교수는 "이런 식으로 뭐만 하면 돈을 따오라고 했고 간호사가 유산되고 힘들어해도 돈을 따오라고 했는데 이제 더는 못하겠다"며 사임배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병상 배정 등 문제를 놓고 병원 측과 갈등을 빚은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 병상을 배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힌 병상 배정표가 언론에 보도되자 부원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원무팀에서 자체적으로 했다고 하는데 위에서 시키지 않았는데 원무팀에서 왜 배정표를 함부로 붙이겠나"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과의 갈등 논란에 대해서는 "병원장이라는 자리에 가면 네로 황제가 되는 것처럼 '까라면 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면서 "병원장과 손도 잡고 밥도 먹고 설득도 하려고 해봤는데 잘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이 교수는 취재진을 만나 그동안의 속내를 털어놨지만 시종일관 답답해했다.
그는 "말을 해도 속이 하나도 시원하지 않다" "이번 생은 망한 것 같고 한국에선 안 된다"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며 지친 심경을 드러냈다.
향후 거취에 대해 그는 "외상센터에서 나갔으면 좋겠지만 나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병원은 저만 없으면 잘 될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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