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한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69살 오정권 씨는 요즘 들어 마음이 편한 날이 없습니다.
애초 겨울철 독감 등으로 환자가 몰리는 시기인 데다, 딸들이 근무하는 병원에 국가지정 음압병실이 있어 혹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에 노출될까 봐 걱정이 큽니다. 해당 병원에는 실제로 확진자가 입원 중이기도 합니다.
오 씨는 오늘(5일) "요즘 딸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 건강 상태를 묻고 손을 잘 씻으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종코로나 유행으로 국내외에서 확진자와 접촉자, 의심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고, 신종코로나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서는 수십명의 의료진이 감염되는 데 이어 급기야 의료진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국내 의료진 가족들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동생이 한 종합병원 의사라는 33살 김경수 씨는 "동생이 응급실에서 일하는데 언제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르니 걱정이 많이 된다"며 "감기에라도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늘 주의를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나가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의사라는 31살 정 모 씨는 "누나가 소아청소년과 의사라 직접 연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외국에서 어린아이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고 불안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이 신종코로나에 노출될 여지가 큰 만큼 가족 내 전염도 우려 대상입니다.
29살 채 모 씨의 형은 한 보건소에서 의사로 근무 중입니다. 신종코로나 관련 진료 때문에 지난주부터 주말도 반납한 채 연일 당직근무 중이라고 합니다. 채 씨는 "늘어난 업무량도 걱정스러운데 진료할 때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봐 염려스럽다"며 "무증상 감염도 있다고 해 가족 내 전염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 중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친구가 의사로 일한다는 32살 김 모 씨는 "친구가 아이 둘 있는 엄마라 혹시나 신종코로나에 감염되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옮길까 봐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며 "환자들이 완전히 격리돼 있다고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대형 병원에는 감염을 차단할 방역복 등 장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같은 대비가 부족한 동네 병원 등의 의료진 가족은 걱정이 한층 더 큽니다.
30살 정 모 씨의 아버지는 개인병원 의사입니다. 신종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에는 감기나 발열 증세를 보인 환자들이 병원에 왔다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합니다. 정 씨는 "마스크를 써도 환자가 워낙 많아 감염이 걱정된다"며 "일반 개인병원에서는 방역복 등 특별한 조치가 없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신종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의료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지정 음압병상을 갖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오 모 씨는 "지난주에 우한에서 입국한 14명이 우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이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감염 위험이 있어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병원의 한 간호사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일하지만, 병원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증상 유무를 계속 체크하면서 환자들과의 접촉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혹시나 내가 감염되면 가족들에게도 옮길지 몰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