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덩치 커졌는데 수익은…볼 낯 없는 베트남펀드
입력 2020-02-04 17:47  | 수정 2020-02-05 10:12
설정액 1조6500억원 규모인 베트남 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국가별 펀드 중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를 만큼 규모가 급성장했지만 정작 수익률이 저조해 투자자들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가별 펀드 가운데 자금이 순유입된 것은 베트남 펀드가 유일하다. 최근 3개월로 범위를 좁혀도 베트남 펀드 설정액은 98억원 증가해 국가별 펀드 가운데 북미 펀드(1122억원) 다음으로 많은 자금이 몰렸다. 현재 베트남 펀드 설정액은 1조6500억원에 달해 지역·국가별로 분류된 펀드 가운데 중국 펀드 다음으로 많지만 수익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작년 한 해 글로벌 펀드가 평균 27% 수익률을 올리는 동안 베트남 펀드는 연 수익률 4.73%를 기록해 지역·국가별 펀드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7.71%로 국가별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장기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수급이 불안정해졌던 것이 베트남 주가 하락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작년 말 무역전쟁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증시 랠리를 이끈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금융, 석유·가스, 식품 등 전통 산업을 주력 업종으로 하는 만큼 증시 반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사상 최고치인 1204를 기록한 베트남 VN지수는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급락을 거듭해 현재 926 선에 머물러 있다.
올 들어 거시경제 지표가 악화된 점도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베트남 수출과 수입 규모가 각각 전년 대비 14.3%,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산업생산과 제조업생산도 전년 대비 각각 5.5%, 4.8% 감소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수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맞먹는 등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분쟁에 취약하다"며 "무역갈등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베트남 증시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0년에는 베트남 증시 수익률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베트남 GDP 성장률은 7%를 넘어섰고 기업이익도 8~10% 성장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