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학사상, '이상문학상 저작권 불공정논란' 공식사과…"계약조건 전면 시정"
입력 2020-02-04 17:13  | 수정 2020-05-04 18:05

저작권을 둘러싼 이상문학상 파문과 관련해 문학사상사가 오늘(4일) 공식 사과하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계약 조건을 고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수상자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학사상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임지현 대표이사 명의 공식입장문에서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학사상은 문제로 지적된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은 전면 시정하겠다며 "기존 수상자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겠다"며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는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도 작가와 독자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다 바람직하고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논란이 불거진 계약 조항은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수상작을)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출판사가 3년간 수상작에 대한 모든 저작권을 가지지만, 앞으로는 1년간 대상 작품을 실은 책을 출간할 권리만 가집니다.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는 기한도 1년으로 축소됩니다. 우수상에 대해서는 아무 조건이 붙지 않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수상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문학사상은 입장 발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서는 최근 경영 악화로 직원들이 대거 퇴직해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논란 초기 '직원 실수'라고 해명하며 책임을 회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 없이 행해져 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해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라며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바로잡았습니다.

문학사상은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한다"며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와 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학사상은 이번 논란으로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며 작가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습니다.

문학사상은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해 그 어떤 수고도 감당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은 애초 지난달 6일 제44회 수상자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문학사상은 이상문학상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매년 1월 수상작품집을 발간합니다.

그러나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가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 요구를 문제 삼아 상을 거부했습니다.

문학사상은 수상자를 공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당일 취소했고, 수상자 발표도 연기했습니다. 올해 수상 대상자는 대상 1명, 우수상 5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판사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이 이상문학상의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비판하며 절필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확산했습니다.

조해진, 권여선, 최은미, 김이설, 황정은, 정여울, 구병모. 정세랑 등 동료 작가 수십명은 트위터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를 달며 문학사상이 정식으로 사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모든 업무와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독자는 '문학사상사_소비_거부'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커졌습니다.

결국 문학사상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한달여 만에 사과하고 대책을 내놨습니다.

1977년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김훈, 한강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하면서 권위를 인정받았지만 이번 사태로 명성에 금이 가게 됐습니다.

문학상 당선작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이번 파문은 한국 문학계와 출판계의 부족한 저작권 인식과 후진적 관행이 낳은 결과로, 문단 안팎에서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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