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담합 인정해도 경제적 효과 더 크면 시정명령 취소해야"
입력 2020-02-04 15:03 

담합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됐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담합 사건에서 담합의 존재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되지만 담합이 인정되더라도 경제적 효과를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 A청과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4개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담합은 시장 불안정성을 사전에 제거해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도매시장법인 간 위탁수수료율을 통한 경쟁은 오히려 특정 도매시장법인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농산물 출하자의 이익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따르면 2002년 농림축산식품부는 '표준하역비' 도입을 추진했다. 농산물을 시장에 하역하는 비용을 표준화해 시장 질서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A청과 등 4개 도매시장법인은 위탁수수료율을 4%로 고정시키고 여기에 표준하역비를 더해 농산물 출하자에게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또 2006년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율을 0.6%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공정위는 이를 A청과 등 4사의 담합행위로 보고 A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위탁수수료는 도매시장법인이 경매낙찰가격의 일정 비율을 농산물 출하자에게 부과하는 금액이며, 판매장려금은 경매에서 낙찰받은 중도매인이 거래대금을 기한 내에 완납할 때 도매시장법인이 지급하는 일종의 '완납' 인센티브 금액이다.
재판부도 A사 등 4사의 담합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위탁수수료 담합 행위가 오히려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고 표준하역비 도입에 따른 조기 시장안착화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판매장려금 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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