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는 푸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금속 원소다. 코발트 광석은 고대부터 우수한 청색재료로 인정받아 유리나 도자기 등 사치품을 만들 때 사용됐다.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 묘에서 발견된 진청색의 유리 제품, 이슬람 모스크의 푸른 모자이크 타일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코발트가 들어간 안료를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예술품인 청화백자도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수입된 코발트 때문에 아름다운 푸른 빛을 발산할 수 있었다.
코발트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기기용 배터리에 사용된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 중 가장 핵심인데다 원가 비중도 가장 높고 수급도 가장 까다롭다. 여기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원재료로 각광받으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2016년에는 톤(t)당 2만3만 달러 수준이다가 지난 2018년에는 9만5500달러까지 올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를 정도다.
아름답고 비싼 코발트 광석 상당수는 그러나 '아름답지 못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코발트 최대 생산국은 중부 아프리카 적도에 걸쳐있는 콩고 민주공화국이다. 세계 연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콩고는 오랜 독재와 내전에 시달렸다. 영양실조와 열악한 보건 시설로 영아사망률이 높다. 교육환경도 열악해 중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동도 소수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아동들도 많다.
아이들은 돈 되는 코발트 광산에 투입된다. 코발트 광석 상당수는 사람의 손과 삽으로 채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콩고산 코발트 수출량의 20%가 아동 노동이 만연한 수작업 광산에서 채굴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하루 12시간을 광산에서 일하며 1~2달러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잡지 '라이프'의 보도로 알려진 '아동 착취' 사건과 닮은 꼴이다. 라이프는 1996년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꿰매는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을 실었다.
소년은 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5각형 가죽 조각 12개와 6각형 가죽 조각 20개를 1620번이나 바느질해야 했다. 그러나 소년의 일당은 60센트에 불과했다. 아동 착취 실태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나이키 이미지도 덩달아 하락하고 주가도 떨어졌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약탈과 납치와 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되고 독재자와 군벌의 학살용 무기 구입에 사용돼 붙은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는 악명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될 처지다.
덩달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등장한 친환경 에너지용 배터리가 오히려 비참한 아동 착취와 인권 유린 및 난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코발트에 숨어 있는 비참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배터리를 사용하는 몇몇 기업들은 이에 콩고산 코발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입하지 않는다고 콩고 코발트 광산의 비참한 현실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에 BMW그룹, 삼성전자, 삼성SDI, 바스프, 콩고 정부 등과 공동으로 '착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산업협력 프로젝트를 최근 출범시켰다.
배터리 원재료의 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인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책임있는 광물 공급 연합)'에 가입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BMW, 폭스바겐, GM, FCA,, 포드, 볼보, 테슬라 등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아동 착취와 같은 인권문제 및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광물을 구매할 수 있는 체계를 굳건히 갖추기 위해 RMI에 가입했다고 4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스위스 글렌코어(Glencore)와 지난해 말 맺은 코발트 장기 구매 건에 대해서도 RMI 기준에 따라 외부 기관으로부터 실사를 받기로 했다. 광물을 구매할 때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자는 세계적인 관심과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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