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도 40%가량 닫히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중국 대표 노선인 인천∼베이징 노선마저 운항을 대폭 줄이고 나서는 등 국내 항공사의 중국 노선 운항 중단과 감편이 한시가 멀다 하고 속속 추가 결정되는 상황입니다.
오늘(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으로 중국 본토 노선을 운영하고 있던 국내 항공사 8곳의 중국 노선 운항 중단·감편 현황을 취합한 결과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로 어제(3일) 모두 41개 노선의 운항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국내 항공사 8곳이 신종코로나 발병 이전에 총 100개의 중국 본토 노선(인천∼베이징 등 다른 항공사의 동일 구간은 별도 집계)을 운영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41%의 하늘길이 당분간 끊기는 셈입니다.
운항 편수가 종전보다 줄어든 노선은 대한항공 15개, 아시아나 8개, 에어부산 1개 등 총 24개 노선입니다.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노선은 운항 중단과 감편을 모두 합하면 모두 65개로, 전체 중국 본토 노선(100개)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중국 항공사의 운항을 계산에 넣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만큼의 간접적 입국제한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포함해 모두 7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인천∼베이징을 비롯한 15개 노선의 운항을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19%)이 국내 항공사 중에서 가장 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4개 노선을 중단하고 8개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입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일수록 중국 본토 노선 운항 중단·감편 비중이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집계 대상이 된 LCC 6곳 중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 3곳은 아예 현재 운영 중인 중국 본토 노선의 운항을 100% 잠정 중단합니다.
에어서울은 일찌감치 인천∼장자제와 인천∼린이 등 중국 노선을 모두 접었습니다. 진에어 역시 제주∼상하이, 제주∼시안 등 중국 본토 노선 2개를 모두 운항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본토 노선 7개의 운항을 당분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집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인천∼홍콩, 인천∼마카오, 제주∼마카오 노선도 어제(3일) 운항 감편에서 하루만에 운항 중단으로 결정을 바꿨습니다. 결국 중화권 노선 11개 중 10개의 운항을 중단하는 셈입니다.
에어부산도 중국 노선 9개 중 부산∼시안 등 7개 노선을 운항 중단하고 1개(부산∼옌지)는 감편하기로 했습니다. 티웨이항공도 6개 노선 중 5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합니다.
제주노선의 경우 모두 7개의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본토 노선 17개 중 겨울철에 운항하지 않는 5개 노선을 제외하고 따지면 절반이 넘는 숫자입니다.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승객의 우려가 커지며 중국은 물론, 인접 국가로의 여행마저 취소하는 와중에 빈 비행기를 띄우는 것보다 아예 운항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정부는 이날 0시부터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제주 무사증입국제도도 일시 중단됩니다. 중국 지방정부 권고에 따라 주중공관의 비자발급은 2월 9일까지 잠정 중단됐습니다.
일각에서 정부의 '제한적 입국 금지'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다 정부가 이미 "중국 여행경보를 지역에 따라 현재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중국 하늘길을 오가는 항공기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이 추가 노선 중단과 감편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다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노선으로도 운항 감축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실제 중화권 전체의 운항 감축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작년에도 일본 보이콧과 홍콩 시위, 중국·동남아 노선 공급 집중에 따른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 등으로 적자를 낸 만큼 올해 업황 회복을 기대했던 항공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의 여파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항공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내부적으로는 중국 노선을 대체할 노선을 모색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동남아 등의 노선 경쟁이 심화했던 데다 신종코로나로 당분간 여행 수요 자체가 급감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항공사의 노선 중단 등 적극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항공사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