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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英·싱가포르 경고에도…국내 증권·은행들 `문제 DLS` 팔았다
입력 2020-02-03 18:03  | 수정 2020-02-03 23:04
싱가포르통화청(MAS)이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투자자 경계 목록에 독일 헤리티지 DLS 시행사 `돌핀트러스트`를 검색하자 예전 이름인 `돌핀캐피털`이 검색 결과에 나타난 모습. [MAS 홈페이지 캡처]
국내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들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하기 전에 독일 현지는 물론 영국, 싱가포르 금융당국에서 해당 부동산을 개발하는 시행사가 사기·횡령 및 자금세탁 등 각종 비행을 일삼은 의혹에 대해 강한 경고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내 판매사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판매에 나서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독일 현지 매체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해당 시행사가 독일 현지에서 벌인 사기 행각이나 자금세탁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도했다.
독일 게를라흐 리포트는 이 기간 시리즈 연재를 통해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현 저먼프로퍼티그룹(GPG))의 재무상황 악화 정황, 부동산 구매 여부를 둘러싼 의혹, 펀드 투자자금이 최고경영자(CEO)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2016년 6월 '사기-펀드 투자액은 어디에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재까지 중국인 투자자 3000명 등 아시아에서 1억6500만유로의 자금이 돌핀트러스트에 들어갔지만 이를 통해 구입한 부동산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해 11월에는 '1억6500만유로 돌핀 사기'라는 기사를 통해 "돌핀트러스트의 사업 모델은 거대한 사기 모델"이라며 "2014년 돌핀캐피털(현 GPG)은 6억8832만유로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2016년 10월 말 대부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에는 '몬테네그로의 미신고 비밀 계좌' 등 기사를 통해 찰스 스메서스트 돌핀트러스트 회장이 투자 자금을 빼돌려 횡령한 의혹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돌핀트러스트의 투자금이 아내 마누 렌츠가 운영하는 패션회사에 투입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매체는 "스메서스트 회장이 조세 회피처인 몬테네그로 비밀 계좌에 적어도 1000만유로 이상의 탈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가 돈세탁을 통해 자금을 빼돌리고 고의적인 파산을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2014년 12월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돌핀트러스트가 영국에서 무허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경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FCA는 "무허가 회사를 다루는 것을 특별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와 사기범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무허가 기업에 투자했다 일이 잘못되면 금융 옴부즈맨 서비스나 금융 서비스 보상 체계(FSCS)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돌핀트러스트는 2015년 5월 싱가포르통화청(MAS)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투자자 경계 목록에도 포함됐다.
국내 판매사는 싱가포르 운용사인 반자란이 출시한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DLS 상품을 발행했는데 싱가포르 운용사와 국내 판매사가 모두 이 같은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국내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상품이 처음 출시된 시점은 2017년 5월로 판매사가 시행사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일 현지 시행사의 업력, 신용상태, 재무적 상황 및 CEO 검증을 시행했어야 하는데 해당 시행사에 대해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오는 사실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국내 모 판매사는 "2017년 당시 돌핀트러스트에 대한 독일 현지 평가기관 3곳의 공식 신용등급은 '양호'였다"며 "현재 운용사와 함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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