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운용사 `자산 조기매각` 강수…시행사는 "파산도 가능하다"
입력 2020-02-03 18:02  | 수정 2020-02-03 21:26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해 싱가포르 운용사인 반자란이 포괄적 권한위임을 받아 투자자산 매각이나 개발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시행사에서 넘겨받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때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가격에 자산을 조기 매각하거나 시행사를 교체해 개발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속히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GPG·옛 돌핀 트러스트)의 찰스 스메서스트 회장은 이 같은 포괄적 위임약정(PoA)에 구두로 동의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약정은 아직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자란 자산운용은 시행사가 PoA 체결을 거부하면 만기 대출에 대해 추가 연장 없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겠다는 입장이다. 운용사가 자산매각 절차에 들어가면 GPG가 보유한 투자자산의 가치와 담보권 확보 여부가 드러나면서 손실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독일 헤리티지 D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대출이 나간 금액이 부동산 자산 최초 감정평가 가치의 80%였고, 해당 부동산 자산의 담보권 확보 여부는 모두 확인이 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자산을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낮은 가격에 넘기게 돼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산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판매사 측 희망대로 충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작년 5월 BBC에 따르면 현지 시행사인 GPG는 과거 나치 막사 등 보유한 자산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재무 상황 등 기본적인 정보 확인도 안 되고 있다. 해당 시행사가 과거 자금세탁 의혹을 받아온 만큼 투자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GPG는 한국뿐 아니라 아일랜드에서도 투자자에 대한 자금 상환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PG는 지난달 28일 아일랜드 투자자 레터를 통해 "당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지 않으며 법률상 요건이나 건축 비용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사업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GPG는 "파산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영향력 완전 상실 등이 예상된다"며 "우리가 선호하는 옵션은 리스트럭처링(선별적 재투자)과 채권자 모라토리엄"이라고 밝혔다.

독일 헤리티지 DLS 가입자들은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엘플러스는 독일 헤리티지 DLS 상품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송 참가 접수를 시작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2017~2018년 헤리티지 DLS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설명한 내용에 기망 또는 착오가 있었다며 투자계약 취소 혹은 투자금 반환 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판매사 노동조합 측에서도 사측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용어 설명>
▷ 독일 헤리티지 DLS : 독일 정부가 문화재(헤리티지)로 지정한 부동산을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이 매입해 개발을 진행한 후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해당 부동산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에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이 대출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증권사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를 발행해 판매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