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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전용계좌 나온다…금융위, 전자금융법 개정 추진
입력 2020-02-03 17:50  | 수정 2020-02-03 19:38
핀테크 기업이 은행처럼 고객에게 직접 계좌를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핀테크 기업이 은행과 제휴해 계좌를 만드는 형태로 금융 결제망에 참여하곤 했지만 앞으로는 핀테크 기업이 직접 개설하는 '독립 계좌'를 이용해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 독립 계좌가 일반화하면 개인 자산을 보관하고 투자하는 과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기업이 은행과 제휴하지 않고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올해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추진 방안을 이달 예정된 업무보고에서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종합지급결제업은 핀테크 기업 등도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자금 이체도 할 수 있는 업무를 말한다. 쉽게 말해 핀테크 기업이 직접 계좌를 개설해 금융 결제망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개정해 핀테크 기업들에 은행 전용 결제망을 열어줘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오픈뱅킹은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결제망을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다. 현재는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소비자에게 계좌를 개설해주려면 은행과 제휴해야만 가능하다.

은행들 전용망을 개방한다는 것은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금융공동망'에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과 동일한 지위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건전성이나 전산 역량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핀테크 사업자에게만 결제망을 개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 산업과는 구분하기 위해 전통적인 여·수신 업무는 제한될 전망이다. 보관을 대가로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행위는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소비자들은 원한다면 급여 계좌를 핀테크 계정으로 옮기고 해당 앱에서 P2P(개인 간 거래) 투자나 펀드 가입 등 재테크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핀테크 기업과 은행 간에 종합자산관리 플랫폼 '무한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빠른 시일내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핀테크 활성화와 혁신 금융은 여야 간 이념 대립이 비교적 작은 생활형 정책이기 때문에 올해 안에 법제화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일명 '마이 페이먼트(My Payment)' 산업 활성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지급지시서비스업(가칭)'이라고도 불리는 마이 페이먼트 산업은 일종의 간편 송금업이다. 하나의 앱에서 다른 금융사 계좌에 담긴 돈을 결제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한 카드사 앱에 접속해 A은행에 있는 개인 돈 10만원을 지인 소유 B은행 계좌로 '원 클릭'으로 보낼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자금 흐름과는 무관한 금융사가 개인 '지시'만으로 자산을 옮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마이 페이먼트 산업이다. 현재도 유사한 서비스는 가능하다. 오픈뱅킹 망에 가입돼 있고 선불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토스 같은 핀테크 앱에서도 계좌 간 이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제화가 안 돼 있어 안전성 등에 한계가 있다.
금융 결제 인프라스트럭처 혁신을 위한 1단계가 오픈뱅킹이라면 종합지급결제업 등 새로운 전자금융업 도입은 혁신의 마지막 단계다. 금융당국은 금융 결제 분야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 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대다수 국민이 금융 결제를 어떤 형태로든 경험한다는 점에서 금융 산업은 소비자 일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업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빅데이터 측면에서 도입한 것이 최근 데이터경제 3법으로 제도화된 '마이 데이터(My Data)' 산업이다. 마이 데이터가 금융 정보 거래·활용을 위한 '고속도로'를 만든 것이라면 마이 페이먼트는 금융 결제 흐름에 효율과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길을 터주는 개념이다. 이 같은 새로운 업권의 등장은 금융 영토가 확장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한정된 '놀이터'에서 점유율 싸움을 하는 현 금융 산업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종합지급결제업 같은 서비스 유형이 활성화돼 있다. 2015년 출범한 영국 핀테크 '레볼루트'는 지급결제 계좌 발급 인가를 취득한 후 간편결제·송금·인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승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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