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국 보따리상, 현금 15억 들고와 "마스크 팔아라"
입력 2020-02-03 17:00 
마스크 품절 대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마스크 진열대가 비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며 마스크·손세정제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수요도 폭증한 탓도 있지만 중국 보따리상을 비롯한 일부 세력이 마스크 공장에서부터 '묻지마 구매'에 나서면서 유통구조가 왜곡된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보건용 마스크 수급에 전혀 문제 없다"면서도 "수급이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지면 긴급 수급 조정 조치도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중국인의 '싹쓸이'나 유통과정 왜곡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명 '따이공(代工 )'으로 불리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국산 마스크 입도선매 시도는 과열되는 상황이다. 3일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한 마스크 생산업체는 "최근 현금보따리를 든 중국인들이 아주 많이 찾아온다"며 "현금 15억원을 들고와 가격은 상관없으니 무조건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 마스크 생산업체는 "밀려드는 수요가 너무 많아 주문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설 전에 3월 중순 생산량까지 출고가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주문을 받을 수 없는데 중국 보따리상들이 찾아와 무조건 물건을 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마스크를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던 대형마트는 수급에 문제를 겪는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 A대형마트는 총 19종의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현재 2종류의 마스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한 종류는 KF인증 표시가 없는 면 마스크였고 다른 한종은 캐릭터와의 협업으로 일반 마스크에 비해 2배 가까이 가격이 비쌌다. 마트 점원은 "마스크는 워낙 물량이 달려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며 "들어와도 얼마 안돼 나가버려 재고 파악도 잘 안된다"고 설명했다.
올림픽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B대형마트는 상황이 나았으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총 8종류의 제품을 판매하는데 이중 KF94인증을 받은 1회용 마스크는 모두 품절이었다. 서울 종로구 일대 편의점의 경우 KF 등급 마스크는 동이 나거나 수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세정제가 남아 있는 편의점은 거의 없었다. 진열대에 남아있는 제품은 방한 기능 마스크 또는 등급이 낮은 KF80 마스크 뿐이었다.
경찰은 마스크 등 관련 물품의 매점매석 행위가 심각할 경우 관계기관과 협력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일 마스크 매점매석 현상에 대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부처에 고발을 요청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보면 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매점매석 행위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발이 있으면 공소제기가 가능하다. 기재부가 고시를 통해 지정한 매점매석 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한편 소비자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날 "자체조사 결과 오픈마켓·소셜 커머스의 마스크 판매 가격이 개당 최대 2.7배 인상됐다"며 정부의 대응책과 쇼핑몰의 자체적인 모니터링 강화를 촉구했다.
[강인선 기자 / 차창희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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