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적과의 동침' 조현아 vs '사면초가' 조원태…한진 주총 '주목'
입력 2020-02-02 11:47  | 수정 2020-02-09 12:05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막이 오른 가운데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과 경영권 상실 위기에 놓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모두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양측이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지분의 차가 근소한 만큼 남은 기간 나머지 주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애 작전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오늘(2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은 지난달 31일 공동 전선 구축을 공식적으로 알린 데 이어 한진칼 주총에서 제안할 내용에 대해 최종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이들 3자는 수차례 만남을 통해 각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증과 금융감독원의 변경 신청 등을 거쳐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3자의 주주제안은 기본적으로 작년 1월 KCGI가 한진칼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내용을 바탕으로 할 전망입니다.

당시 KCGI는 KCGI 추천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의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당시 총수 일가를 겨냥해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 제안한 내용은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 전 부사장의 이력을 감안해 빠지거나 다소 바뀔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업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당시 KCGI가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업에는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 사업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동 전선 구축을 놓고 일각에서 "조 전 부사장이 가족을 버리고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결국 대한항공의 호텔사업 부문과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아예 분리해 들고 나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작년 12월23일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의 유훈을 언급하며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을 때는 수차례 내부 회의를 거쳐 6시간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3자의 공동 입장문이 발표된 날은 아예 입을 다물었습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의 지분을 확보한 데 비해 조 회장 본인의 지분은 6.52%에 불과합니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줘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22.45%가 됩니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035720](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가 되지만 '연합군'의 지분과 불과 1.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그룹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외국인 주주와 일반 소액 주주 등을 만족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당근'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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