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서 입학 반대 여론이 거세다. 얼마 전까지 남성이었던 학생의 성 정체성이 여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수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적잖은 논쟁이 예상됩니다.
오늘(2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은 A(22)씨의 숙명여대 법과대학 합격 사실이 알려지자 이 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입학처에 항의전화를 하고 총동문회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내 게시판에도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며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여성을 위한 교육시설에 지난해까지 남성이었던 A씨가 입학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B(20)씨는 "숙대 재학생이 아니었으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고 말았을 텐데 숙대생으로서는 좀 당황스럽다"며 "합격은 축하할 일이지만, 굳이 여대에 지원한 것은 '트랜스 성(性)의 여대 입학'이란 상징성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C(22)씨는 "여대는 출생부터 교육, 사회 진출까지 남성보다 기회가 적었던 여성을 위해 탄생한 공간"이라며 "여성으로 태어나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사람이 여대에 입학하는 것인데, 지난해까지 남자로 살아온 사람이 꼭 여대에 입학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 A씨의 정체성을 거론하면서 '성전환한 남성'에 방점을 찍는 이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까지 내보입니다.
19학번이라고 밝힌 D씨는 지난해 학생회관 화장실에 숨어 있던 마약 투약 수배자 남성이 발각된 사건과 여장 남성이 캠퍼스 화장실에 무단 침입한 일을 언급하며 "일련의 사건들을 겪다 보니 껄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법적 여성을 학내 구성원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재학생 김모(25)씨는 "A씨가 자신이 MtF(male to female,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임을 밝힌 것은 최근 커밍아웃한 변희수 하사에 대한 연대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숙한 사회를 위해서는 특정 성 정체성을 배제하고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생 한모(25) 씨는 "더이상 남자가 아닌 사람한테 남자가 여대에 들어왔을 때의 위험성을 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본인이 노력해서 대학에 입학했으니 기숙사·화장실 사용 문제 등은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학교 측은 A씨의 입학과 관련한 논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우려는 인지하고 있지만, A씨가 성별정정을 했기 때문에 입학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아직 등록을 하지 않아 입학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유사한 전례도 없어 공식 입장을 논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