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맞손…한진 경영권 분쟁 본격화
입력 2020-01-31 18:03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매경DB]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후 일년이 채 안 돼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게 됐다.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 받았지만, 그룹 내 유일하게 직책이 없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든 것. 이를 위해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대한항공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를 비롯해 경영 참여를 노리는 반도건설과 손을 맞잡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31일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명의로 3자 공동 입장문을 내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3자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오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KCGI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기존 대주주 가족의 일원인 조 전 부사장이 많은 고민 끝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새로운 주주인 반도건설 역시 그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함으로써 전격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전했다. 앞으로 사업구조 개선과 주력사업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그룹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주주가치는 물론 한진그룹의 임직원, 고객, 파트너의 권익도 함께 증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조원태 회장이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따르지 않는다며 지분 경쟁을 통한 경영권 다툼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KCGI, 반도건설과 입장문을 내면서 공동 전선이 확립된 만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안건으로 오르는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3월 말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에는 주주제안 시한이 만료될 것으로 보여 조원태 회장 측과 조 전 부사장 측 모두 우호지분 확보가 절실해졌다.
한진칼 지분은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건설(8.28%), 국민연금(4.11%) 등이 갖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조원태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순으로 한진칼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과 해임은 일반 결의사항에 속해 주주 과반이 주주총회에 출석하고 과반의 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참석률(77.18%) 기준으로 올해 찬성 또는 반대로 주주총회 안건이 의결되려면 38~39%의 표심이 필요하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전까지 늘린 지분만 인정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인정된 반도건설 지분은 8.20%다. KCGI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을 더하면 31.98%로, 조 전 부사장 외 재단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조 회장 및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지분, 델타항공 지분 등을 더한 32.45%와의 차이가 0.47%포인트에 불과하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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