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장과 따로가는 계획…구호에 그친 `서초30층`
입력 2020-01-31 17:40  | 수정 2020-01-31 21:38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592-11 일대 전경. 좌측 서초아트자이와 우측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사이 상업 용지에 350가구 규모 민간임대주택 건립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도심 상업지역 규제 완화를 통한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2018년 말 발표된 지 1년 이상 지났지만 성과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서울 주택 공급 계획 9만5000가구 가운데 20%에 가까운 1만7000여 가구가 용적률·주거비율 완화를 통한 것으로 목표 달성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상업·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보다는 기존 주거지역에서의 재개발·재건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용적률이나 주거비율 등 도심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은 곳곳에서 가로막힌 상태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2018년 12월 도심 상업지역 주거용적률 완화(400%→600%), 주거비율 상향(50%→90%)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에 1만681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GS건설 자회사인 자이S&D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 복합개발 사업이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중순 입주를 앞둔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인허가권을 가진 서초구청에 다수 민원을 넣으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청은 지난해 11월 사업자 측에 민원 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자이S&D 관계자는 "민원을 고려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층수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2월 중 조치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1592-11 일대 상업지역에 30층 높이 350가구 규모 민간임대주택을 건립하는 이 사업은 상업지역 주거용적률 확대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1호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서울 일반상업지역은 최대 용적률 800% 가운데 원래 절반인 400%만 주거 용도로 쓸 수 있었으나, 서울시가 작년 초 주거용적률을 600%까지 늘릴 수 있게끔 조례를 바꿔 공급 가구 수를 100가구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사업지에서 불과 13m 떨어진 곳에 있는 서초센트럴아이파크가 올해 중순 준공을 앞두고 예비 입주자들이 일조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본래 상업지역에서는 일조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주민 민원이 제기되는 만큼 최대한 절충점을 찾도록 노력한다는 게 서초구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애당초 상업지구 고밀도 개발이 주변 지역 일조권 침해 등 문제로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주거용적률만 확대하면 마치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릴 것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종로구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도 주거비율을 기존 50%에서 90%로 높여 2028년까지 5000여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서울시가 대부분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으로 전환하기로 잠정 결정했기 때문이다. 세운지구에서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분양을 추진했던 3개 주상복합 개발사업(총 2500여 가구)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력한 분양보증가격 통제로 6개월 넘게 분양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정부는 조만간 준공업지역 사업면적 확대(1만㎡→2만㎡)와 주거용 오피스텔 허용 등 복합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서울 주택 공급 확대 세부 대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계획이 자칫 허황된 숫자놀음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도심지 개발은 이해관계자가 많이 얽혀 있고 관련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일부 규제를 완화한다고 주택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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