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방기자의 호텔24시] 확진자 묵은 또 다른 호텔? 가짜뉴스 판치자…
입력 2020-01-31 15:00  | 수정 2020-02-03 20:22

호텔 직원들의 24시간이 어느 때 보다 빨리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호텔로서는 여간 큰 악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또 누구라도 돈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호텔 객실입니다. 그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중화권에서 출장 온 이들이 수없이 다녀갔을 겁니다.
객실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죠. 설연휴 직후부터 31일 현재까지 기존 예약건의 15%, 많은 곳은 80%까지 취소됐다고 합니다. 호텔 예약부서와 프론트 직원들은 밀려드는 취소 전화와 고객들 문의에 응대하느라 분주합니다.
'가짜뉴스'와도 싸워야 합니다. 우한폐렴 세번째 확진자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호텔뉴브'에 묵었다는 것, 이는 팩트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이동경로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호텔뉴브 모습
하지만 해당 호텔이 휴업을 결정했다고 일부 보도가 됐는데, 이는 오보입니다. 2월 2일까지 온라인상 예약을 받지 않을 뿐 전화 예약은 가능하고, 직원들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힘겹지만 말입니다.
호텔뉴브가 또 전혀 다른 호텔로 둔갑돼 사람들 사이 확진자가 나온 곳으로 퍼진 것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특정 호텔명들을 거론하며 사실이 아닌 것이 마치 사실인냥 퍼져나갔죠. 아예 강남 지역에 있는 호텔들은 당분간 투숙을 피해야 할 곳으로 내외국인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하죠. 호캉스 유행으로 호텔 문턱이 낮아진 만큼 불안감은 배가 된 것 같습니다.
'한한령'이 좀 풀려 중국 손님들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했던 호텔일수록 타격이 큽니다. 객실 뿐 아니라 대규모 사람들이 모이는 연회·식음업장 등에선 '올해 상반기 장사는 다 했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제2, 3의 호텔뉴브'는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호텔업계가 적극적으로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한 대응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르 메르디앙 서울 프론트데스크 모습 [사진 제공 = 르 메르디앙 서울]
프론트에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고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운용합니다. 객실 및 공용 화장실, 레스토랑, 엘레베이터 등에는 추가 소독을 수시로 실시하기도 하죠.
롯데호텔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수칙'을 따로 수립해 전 호텔 직원들에게 매뉴얼로 전달했다"며 "열 화상 카메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 손길이 자주 닿는 엘레베이터 버튼이나 메뉴판, 문 손잡이 등은 수시로 소독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프론트데스크 직원들은 체크인을 하는 고객에게 '감염병 예방행동 수칙'이 담긴 안내문을 주고 발열 등 특이사항이 없는지 묻는다고 합니다. 아예 고객의 건강상태에 관한 질문서 작성을 요청하는 곳도 있습니다.
르 메르디앙 서울 로비에 설치된 열 감지 카메라 [사진 제공 = 르 메르디앙 서울]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호텔에서 직원들이 고객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스, 메르스 등 다양한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고객들 사이 인식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보다는 위생과 안전에 방점이 더 찍히는 분위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호텔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주차를 하는 직원들이나 프론트데스크 직원들의 과거 사례를 보면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아무래도 고객들 사이 불만이 컸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마스크를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으며 또 미관상 보기 안 좋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렇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고객들부터 안전과 위생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필수란 인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죠. 실제로 고객과 접점에 있는 많은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 서울 프론트데스크 모습 [사진 제공 =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 서울]
나도연 르메르디앙 서울 마케팅&세일즈 본부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굳이 호텔에서까지 마스크를 써야하느냐, 오히려 더 불안하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 때에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거나 고객 본인과 호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 호텔도 많습니다. 내부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이유 역시 다 있을 겁니다. 다만, 호텔업계 종사자들이 사용하는 블라인드 앱에선 이와 관련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불안해합니다. 고객들의 불안 못지 않게 호텔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직원들의 불안 역시 잠재우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호텔업계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 위생과 안전을 위해 대응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비슷비슷합니다. 호텔 규모에 따라 장비 구비 여부 등이 차이날 순 있겠지만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비슷하게 쌓은 노하우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호텔 예약 취소 건을 대하는 방침은 제각각입니다. 아무래도 호텔 매출과 직결돼 있다보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텔마다 고객 중 내·외국인의 비율이 다를테고, 글로벌 체인 호텔들은 본사의 지침을 따라야 하니까요.
가령 국내 토종 호텔인 신라호텔은 현재 예약 취소시 고객들이 투숙하기로 한 날짜로부터 하루 전날 저녁 6시까지는 수수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공식 호텔 홈페이지나 전화 예약을 한 고객들에게 현재 다 일괄 취소를 도와주고 있다"면서 "다만 투숙 당일 취소를 하면 객실요금의 10%를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호텔 또한 호텔에 직접 예약을 한 경우 투숙일 전날까지 취소수수료를 메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약 투숙 당일에도 발열이 심하다면 무료 예약 취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글래드 호텔은 투숙일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를 기준으로 48시간 전까지는 무료로 취소를 해줍니다. 취소 대신 예약 날짜 변경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48시간이 지나면 첫번째 숙박일 요금의 100%를 수수료로 내야하므로 주의해야하겠습니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취소 수수료와 관련해 국내 호텔들에 비해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여전히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추이에 따라 정책을 업데이트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세계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계열 호텔들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마카오,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국내 호텔로 예약을 한 경우에 한해 무료로 예약을 취소해 줍니다. 무료 예약 취소 기간은 2월 29일까지입니다.
또 내국인이 중국 내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 예약을 한 건 역시 같은 기간 수수료 부담없이 취소를 도와줍니다. 하지만 내국인이 국내 메리어트 계열 호텔 예약을 취소한 건과 관련해선 기존 취소 수수료 부과 방침을 적용하니 유의해야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란 복병에 호텔들은 고객들의 불안과 불만을 동시에 해소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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