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천 주민들 기류 변화…"우한 교민 수용 막지 않겠다"
입력 2020-01-31 10:59  | 수정 2020-02-07 11:05

중국 우한 거주 우리 교민이 오늘(31일) 아침 전세기를 통해 김포공항으로 귀국, 곧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될 예정인 가운데 수용 반대를 외치던 충북 진천 주민들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공무원인재개발원 수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집회를 열거나 우한 교민이 인재개발원에 들어가는 것을 저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 보호를 위해 하는 일이고 이미 우한 교민이 귀국한 상황에서 물리력을 저지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무조건적인 수용 반대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비대위는 우한 교민의 인재개발원 수용 반대 주장을 철회하는 대신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한제희 진천군 덕산읍 이장단협의회장은 "오늘 아침 비대위원들이 만나 정부가 하는 걸 무작정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충북 혁신도시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마스크, 손 세정제 지급 등 주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당국에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비대위는 추가 회의를 거쳐 의견을 모은 뒤 이날 오후 이시종 충북지사 등과 만나 요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주민들이 농성 중인 천막을 찾은 송기섭 진천군수에게 인재개발원 주변 지역에 대한 조속한 방역 안전 대책 시행을 요구했습니다.

송 군수는 "군에 확보된 마스크와 세정제를 농성 현장과 인재개발원 주변의 노약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정부와 충북도로부터 추가 지급되는 물량을 지속해서 배분하겠다"며 "인근 음성군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오후 9시까지 300여명의 주민이 수용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던 것과는 달리 이날 오전 10시 50여명의 주민만 인재개발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우한 교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반대 시위 동력은 떨어진 모습입니다.

인재개발원 주변에 1천1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한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주요 지점마다 대원들을 재배치했습니다.

인재개발원으로 향하는 진입로 양쪽에는 경찰 버스로 차 벽을 세워 외부 진입을 통제했습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조를 짜 철야 근무를 했으나, 야간에는 농성 중이던 주민 대부분이 귀가해 돌발 상황은 없었습니다.

경찰 역시 천막 주변에 20여명의 대원을 배치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우한 교민들이 도착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현장을 찾는 주민들이 늘고 있고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교민 367명을 태운 정부 전세기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 3분 우한 톈허공항을 출발, 오전 8시께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정부는 전날 진천 인재개발원에 총 173명의 우한 교민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31일에는 150명 정도가 진천으로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용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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