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언론보도가 천안 vs 진천·아산 지역갈등 일으켰다"
입력 2020-01-31 10:00  | 수정 2020-02-07 10: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이 2주간 격리 수용될 장소를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무분별한 언론보도에서 비롯되고 확대됐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어제(30일) 신문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진천·아산 주민을 집단 이기주의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결국 이 논란의 불씨는 언론이 지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일간지들은 그제(29일) '오기만 해라, 출입로 막겠다…진천·아산 우한 격리 수용 반발'(중앙일보), '충청도가 우습나…우한 교민 수용 놓고 아산·진천 격분'(세계일보), '천안 간다더니 우리가 호구냐…아산·진천 주민 트랙터로 도로 봉쇄'(한국경제)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수용시설 선정에 반발하는 진천·아산 주민들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주민 간 갈등을 촉발하고 부추긴 책임을 언론이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앞서 그제(28일) '전세기 철수 우한 교민, 2주간 천안 2곳에 격리한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하면서 '인구 65만 도심에 우한교민 수용? 무슨 죄냐…불안한 천안'이란 해설 기사를 실었습니다. 뒤이어 격리 지역 선정에 천안 주민들이 반발한다는 기사가 이날 하루 네이버에만 37건이 노출됐다고 민언련은 전했습니다.


이후 수용 지역이 아산·진천으로 결정되자 천안 주민들 반발에 수용 지역이 변경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진천·아산 주민들은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계란을 던지는 등 격렬히 항의했습니다.

민언련은 정부가 수용 장소를 진천·아산으로 정한 건 천안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수용 인원이 처음 150여명 수준에서 700여명으로 증가해 수용 능력이 있는 시설을 찾았기 때문인데,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갈등을 유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언련은 "많은 국민이 진천·아산 주민의 집단 이기주의를 비난하고 있지만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당사자는 언론"이라며 "전염병 등 위기 상황에서 언론의 한 줄 기사, 한마디 보도는 국민에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언론은 어느 수용시설에 격리될 것인지 점치기 이전에 우리 교민들이 왜 수용시설에 격리되어야 하는지, 수용시설 인근의 지역 주민은 실제로 안전할 수 있는지를 상세히 취재해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 이런 정말 필요한 보도는 제쳐두고 어느 지역이 낙점되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아서 국민의 갈등만 키웠다"며 "언론의 차분하고 정확한 보도"를 촉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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