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백억 잭팟 놓친 서울대 기술지주 사례 막는다…`지분 20%룰·5년 보유 규정` 숨통 완화
입력 2020-01-31 08:53 

정부가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 한도를 20%에서 10%로 낮추는 한편 보유 의무 유예기간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년 전 서울대 기술지주회사가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둘 기회를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본지 1월 23일자 A2면 참조
교육부는 31일 일반대·산업대를 대상으로 하는 '2020년 산학협력 대학 주요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활성화하고 산학 간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산학협력법'(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상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교육부는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보유의무 예외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입법예고한 뒤 4월 경부터 공포·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연내 법률개정 발의를 통해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보유 의무비율을 현행 20%에서 10%로 하향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교육부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 당시 2곳에 불과했던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2019년 기준 70개로 확대됐다. 그만큼 기술지주회사 산하에 있는 자회사도 2곳에서 906곳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기술지주회사에 뛰어드는 대학들이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천편일률적인 관련법 규제에 가로막혀 투자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학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시작해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매각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이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지난 2015년 당시 수아랩의 성장 가능성이 보고 1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2%를 확보했다. 그러나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6년과 그 이듬해인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수아랩 지분을 모두 처분 했다. 산학협력법 등 관련 법상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20%룰)해야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엔 5년 안에 지분을 전량 매각(5년 보유 규정)해야 한다'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대는 수아랩 투자 과정을 통해 단 1원도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만약 서울대가 수아랩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약 300억원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연세대 기술지주회사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 자회사인 라파스의 코스닥 상장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했다. 20%룰을 지키지 못해 지분을 전량 처리해야 하는 의무기간 5년 시점이 도래하면서 사실상 눈에 뻔히 보이는 투자 수익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즉 기업과 비교해 자금 동원력에 한계가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20%룰을 지키기 어려운 데다가, 5년 보유 규정으로 인해 투자 기업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서둘러 매각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임창빈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연 간 연계의 필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만큼, 교육부는 대학이 산학협력 체제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육부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사업)에 2421억원(55개교·교당 평균 4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40곳(올해 신규 20곳 추가 선정 포함)을 선발해 총 4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학 내 유휴부지와 시설을 활용해 유망기업을 유치하는 사업으로 80억원(4개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고민서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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