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감사 대란 예고 ◆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올해 실시하는 2019년도 결산회계감사에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인력을 투입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주주권 강화 등 제도적 변화까지 맞물려 있어 올해 상장사들의 회계감사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보유 회계사 기준 10대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2018년 말 7630명에서 2019년 말 8376명으로 9.7% 증가했다. 회계법인에는 세금 인수·합병 담당 등 회계감사 외 다른 분야도 있지만 증가된 인원 중 상당수는 감사 쪽으로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계업계 빅2인 삼일과 삼정의 회계감사 인력은 2018년 말 2500명에서 작년 말 2768명으로 10.7%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본격적인 결산감사 시즌에 들어갔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30일 실적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결산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해외지사가 많은 삼성전자 특성을 감안해 이미 지난달부터 재고 조사 등 결산감사 업무에 착수했다. 삼정도 다음주부터 포스코에 대한 2019회계연도 감사에 돌입한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역시 2019년 실적발표 후 결산감사에 나섰다.
상장사는 내부 결산을 확정한 후 감사 전 재무제표를 외부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이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제대로 작성됐는지 감사를 실시한다. 문제는 2018회계연도 결산감사에 이어 2019회계연도 감사의 강도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됨에 따라 2019회계연도에 새로 시행되는 관련 제도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통제 강화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 신뢰성에 합리적 확신을 주는 내부회계관리 규정과 이를 관리·운영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2019회계연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내부회계제도에 대해 감사를 받아 오는 3월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검토만 받아도 됐지만 내부회계제도에 대해 사업보고서 등과 마찬가지로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것이다. 회계법인의 의견표명은 크게 4가지로 △적정 △부적정 △일부 문제가 있다는 한정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의견거절로 나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내부회계제도가 한정 의견이라도 받으면 그 기준에 의거해 산출된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상 숫자는 당연히 믿을 수 없는 것이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보고서 감사보다 이 부분에 더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내부회계제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곳은 코스피 상장사 211곳과 코스닥 3곳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 대상 기업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2020회계연도에는 자산 5000억~2조원, 2022회계연도에는 1000억~5000억원 그리고 2023회계연도에는 1000억원 미만 상장사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걱정이 크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이나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역시 회계법인의 감사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정감사인을 6년간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게 하는 제도다. 지정 대상 기업은 200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전 감사인인 회계법인은 다음 감사인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더 강하게 감사할 공산이 크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실수가 발견된다면 회계법인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와 EY한영이 한미약품을 종속회사로 처리할지, 관계회사로 처리할지를 두고 최근 충돌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인 등록제 역시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된다. 2019회계연도 결산에 처음 적용되는 이 제도는 일정 자격을 갖춘 회계법인만 상장사 감사를 가능하게 한다. 회계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으나 기업으로서는 감사비용이 높아지는 부담을 진다.
외국계 기업 역시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된다. 일정 규모 이하인 소규모 회사를 제외한 모든 주식회사와 유한회사까지 감사를 받도록 외감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당수 외국계 기업은 유한회사란 이유로 외부감사를 피해 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회계감사 강화로 기업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투명한 회계가 일반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부담이 과중해지는 중소기업을 위해 회계투명성 지원센터 등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올해 실시하는 2019년도 결산회계감사에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인력을 투입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주주권 강화 등 제도적 변화까지 맞물려 있어 올해 상장사들의 회계감사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보유 회계사 기준 10대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2018년 말 7630명에서 2019년 말 8376명으로 9.7% 증가했다. 회계법인에는 세금 인수·합병 담당 등 회계감사 외 다른 분야도 있지만 증가된 인원 중 상당수는 감사 쪽으로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계업계 빅2인 삼일과 삼정의 회계감사 인력은 2018년 말 2500명에서 작년 말 2768명으로 10.7%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본격적인 결산감사 시즌에 들어갔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30일 실적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결산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해외지사가 많은 삼성전자 특성을 감안해 이미 지난달부터 재고 조사 등 결산감사 업무에 착수했다. 삼정도 다음주부터 포스코에 대한 2019회계연도 감사에 돌입한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역시 2019년 실적발표 후 결산감사에 나섰다.
상장사는 내부 결산을 확정한 후 감사 전 재무제표를 외부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이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제대로 작성됐는지 감사를 실시한다. 문제는 2018회계연도 결산감사에 이어 2019회계연도 감사의 강도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됨에 따라 2019회계연도에 새로 시행되는 관련 제도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통제 강화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 신뢰성에 합리적 확신을 주는 내부회계관리 규정과 이를 관리·운영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2019회계연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내부회계제도에 대해 감사를 받아 오는 3월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검토만 받아도 됐지만 내부회계제도에 대해 사업보고서 등과 마찬가지로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것이다. 회계법인의 의견표명은 크게 4가지로 △적정 △부적정 △일부 문제가 있다는 한정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의견거절로 나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내부회계제도가 한정 의견이라도 받으면 그 기준에 의거해 산출된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상 숫자는 당연히 믿을 수 없는 것이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보고서 감사보다 이 부분에 더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내부회계제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곳은 코스피 상장사 211곳과 코스닥 3곳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 대상 기업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2020회계연도에는 자산 5000억~2조원, 2022회계연도에는 1000억~5000억원 그리고 2023회계연도에는 1000억원 미만 상장사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걱정이 크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이나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역시 회계법인의 감사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정감사인을 6년간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게 하는 제도다. 지정 대상 기업은 200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전 감사인인 회계법인은 다음 감사인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더 강하게 감사할 공산이 크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실수가 발견된다면 회계법인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와 EY한영이 한미약품을 종속회사로 처리할지, 관계회사로 처리할지를 두고 최근 충돌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인 등록제 역시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된다. 2019회계연도 결산에 처음 적용되는 이 제도는 일정 자격을 갖춘 회계법인만 상장사 감사를 가능하게 한다. 회계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으나 기업으로서는 감사비용이 높아지는 부담을 진다.
외국계 기업 역시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된다. 일정 규모 이하인 소규모 회사를 제외한 모든 주식회사와 유한회사까지 감사를 받도록 외감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당수 외국계 기업은 유한회사란 이유로 외부감사를 피해 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회계감사 강화로 기업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투명한 회계가 일반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부담이 과중해지는 중소기업을 위해 회계투명성 지원센터 등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