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라임 사태에…개인투자자 2.5억씩 묶였다
입력 2020-01-30 17:46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 173개에 포함된 개인투자자 자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 한 명당 환매 중단된 금액은 평균 2억4600만원 수준이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펀드 전체 규모(1조6679억원)의 약 60%에 해당하는 9943억원이 우리은행 등 19개 판매사를 통해 4035개 개인 계좌로 판매됐다. 한 계좌를 개인투자자 한 명으로 보면 1인당 평균 2억4600만원씩 물려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 투자분 이외 나머지 6736억원은 주로 법인에 판매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묶인 자금 가운데 문제가 없는 자산 일부에 대해서는 환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도가 미미해 환매 중지 펀드 173개에 묶인 개인 투자금은 당분간 변동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지난해 10월 플루토FI D-1호(사모채권), 테티스 2호(메자닌), 플루토 TF1호(무역금융) 등 3개 모펀드에 딸린 자펀드 157개에서 이달 초 총 173개로 늘어났다. 라임 크레딧인슈어드 무역금융 관련 자펀드 16개가 추가로 묶이면서다.

환매 중단 펀드 규모는 1조5587억원에서 1조667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실은 금액의 총합으로, 이 가운데 개인 투자분이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본시장법상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이 사모펀드에 가입할 때 최소 1억원을 넣어야 한다.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만 사모펀드에 접근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건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가입 금액을 현행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미 1억원의 최소 가입 조건을 웃도는 수준에서 가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기 사모펀드는 판매사와 운용사의 협의하에 자체적으로 최소 가입 금액을 3억원에서 5억원 내지는 10억원까지 올리기도 한다. 한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각 펀드 운용에 드는 수고는 펀드 규모와 상관없이 비슷하기 때문에 펀드 덩치를 키우는 편이 운용사와 판매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인기가 높던 시기에 가입된 금액이 적지 않다는 점과 사람이 몰릴수록 최소 가입 금액 허들을 높이는 운용업계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투자자당 물려 있는 2억4600만원은 평균적 수준의 개인 사모펀드 가입 금액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손실 우려를 낳았던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개인투자자 1인당 평균 판매 잔액인 2억4000만원과 비슷한 정도다. 최근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알펜루트자산운용의 경우 일부 펀드에 대해 10억원 이상의 최소 가입 금액을 내걸기도 했다.
자산 증식을 위해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도리어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뒤 곳곳에서 환매 중단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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