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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데뷔 50주년` 이장희, 황혼 앞에 선 `시대의 뮤지션`
입력 2020-01-30 15:26  | 수정 2020-01-30 16:3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이장희(72)는 한국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번안곡 위주의 활동이 주였던 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싱어송라이터였다. 1971년 '겨울이야기'로 대중 앞에 선 그는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의 자작곡을 발표하며 당대 포크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1972년부터 1975년까지 짧고 굵은 활동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주 한인 최초의 라디오방송인 LA 라디오코리아대표 등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우연히 찾은 울릉도에 매료돼 자신의 사업을 정리하고 2004년부터 울릉도에 정착해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다. 울릉도 자신의 집 앞마당에 개관한 '울릉천국' 공연을 비롯해 2010년대 후반 들어 꾸준히 공연을 진행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이장희는 30일 오후 서울 신문로 복합문화공간 에무(EMU)에서 취재진을 만나 50주년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는 이장희는 "이 자리가 감격스럽다. 데뷔한 지 50주년이 됐는데, 사실 49주년이나 50주년이나 51주년이나 크게 다를 게 없을텐데, 10대 노래 시작해서 20대에 데뷔하고 그리고 이렇게 된 게 벌써 50년이라 하니 감격스럽다"며 "땡큐"라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악을 가장 사랑했고, 매 순간 음악과 함께였지만 일생의 유일한 업(業)이 음악은 아니었던 이장희. 그는 "사실 나는 50년간 쭉 노래해오지 않았다. 1975년 대마초 파동 당시 음악을 그만두고, 가장으로서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일도 했다. 이후 은퇴 후 울릉도에 살고 있었는데, 2010년 말 우연한 기회에 부득이하게 TV에 출연하게 돼 다시 조명됐다. 30여 년 잊혀졌다가 다시 알려지게 됐다. 이후 다시 노래하게 됐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처음엔 몰랐는데 1~2년 지나니까 노래하는 게 너무 좋다. 지금도 절정이라 볼 수 있는데, 내가 이거 좋아서 했구나 싶더라. 노래가 지금도 역시 나를 매료시키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일생동안 나는 음악과 쭉 함께 온 게 후회도 없고,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때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게 불편하기도 했다는 이장희. 그는 "가수 활동을 접은 뒤에도 어디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게 이상하게 불편했다"며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수염도 깎고 그렇게 되더라. 이후 수염 깎은 얼굴로 우연히 재조명됐는데, 이제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숨길 수 없는, 그게 나니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음악 하길 잘 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노래하는 '매 순간'이라고. 그는 "노래할 때마다 음악 하길 잘 했다고, 뿌듯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할 때 아무 것도 다 잊어버리고, 음악 속에 들어가있을 때. 그런 순간이 정말 아름답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한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그는 "음악을 했다고 후회해본 적은 없다. 중, 고등학교 때 음악에 미쳐서 공부 하나도 안 하고 대학도 중퇴하고, 어머님이 울고 하실 때가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그 때도 음악을 한 걸 후회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음악은 '사랑'이고 또 '전부'였다. 이장희는 "국민학교 때 길거리에서 작은 확성기로 전파상에서 나오던 노래가 있다. 주로 외국 노래가 나왔는데, 국민학교 때부터 '특이하다', '좋다'고 생각하다가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에 잠시 음악을 그만 두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음악을 사랑하는데 나에게 음악이란 가장 내 가슴을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도 늘 음악 속에서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돌아온 '원조 슈가맨' 이장희가 음악가로서 갖고 있는 소망은 무엇일까. 그는 "그동안 따뜻한 감정, 복잡한 감정 등을 표현했는데, 이제는 붉게 불타는 황혼의 감정, 쓸쓸함 허전함 안온함 평화로움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긴 아름다운 혹은 가슴 아픈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장희는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오는 3월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나의 노래, 나의 인생'을 개최한다. 이장희의 50년 음악 인생을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자리로 그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우리나라 1세대 세션인 '동방의 빛' 멤버 기타리스트 강근식, 베이시스트 조원익 등 정상급 세션맨들이 함께 한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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