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이성민(52)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바로 호기심이었다. 이성민은 많은 CG가 들어가는 ‘미스터 주의 작업 방식에 끌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성민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 이하 미스터 주)에서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 역을 연기했다. ‘미스터 주는 태주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듣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 영화.
‘동물의 말을 듣게 된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해외 영화에서는 익숙한 소재다. 이성민은 어릴 때부터 그런 영화를 봐왔다. 우리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 소리(2016)도 그렇고 그런 소재에 호감이 있는 것 같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든 안 하든 이 작업을 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또 다른 CG의 힘을 빌리는 작품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배우로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성민이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건 앙상블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개 알리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했다는 것.
이성민은 사람은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군견)알리와는 그럴 수 없지 않나. 현장에서 늘 긴장하면서 연기했다. 예민한 긴장은 아니었다. 알리가 어디로 갈지 모르고,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데 움직이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 즉흥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성민이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알리 배정남 갈소원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알리가 아닌 다른 동물의 경우 대부분이 CG였다. 그럴 때는 실체가 없어 힘들기도 했다고. 그는 동물들이 모여있는 신에서는 공을 보면서 연기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연기해야 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힘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며 배우들과 호흡하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것 같더라. 상대 배우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더 하는 게 아니라 혼자 해야 하니까. 상대의 눈이 아니라 다른 걸 보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간달프 역 배우(이안 맥켈런)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해가 되더라”고 말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이런 스타일의 작업을 해볼 기회가 온다면 해보고 싶다고. 이성민은 강아지 입 모양이나 목소리가 안 맞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서 한계가 있기도 했다. 정해진 예산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의미 있는 건 다음에 이런 작업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거다. 우리 영화를 하면서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고 하더라. 다음 작품은 더 진화하지 않겠나. ‘미스터 주가 한국 영화에서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미스터 주의 태주처럼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이 생기면 어떻게 사용하고 싶을까.
이성민은 아마 모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갖고 싶은 능력일 거다. 우리 작품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영화다. 만약 제게 능력이 생긴다면 알리와 대화하고 싶다. 촬영하면서 저는 알리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더라. 알리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알리가 옆에 있을 때 통제하고, 알리 앞에서 큰 모션으로 연기를 하지 않나. 그런 것을 다르게 오해한다더라. 난 그게 아닌데, 말을 할 수 있다면 오해를 풀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성민은 ‘보안관(2017)에 이어 배정남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이성민은 배정남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거나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제가 같이 말하면 오히려 더 힘들지 않겠나”며 따로 조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배정남에 대해 사람의 손이 안 닿은 원석같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겠더라. 정남이 때문에 웃어서 NG를 내기도 했다. 보통의 상식과 다른 연기를 하고 다른 식으로 보여줘서 늘 긴장하고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성민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이라고 말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부녀로 호흡을 맞춘 갈소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성민은 아들 아빠 역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실제로 딸이 있기도 하고 딸하고 연기하는 건 편하다. 소원이도 저보고 현실 아빠라고 하더라”며 소원이가 얌전해 보이지 않나. 실제로는 개구쟁이고 발랄하더라. 에너지가 넘친다. 가능성이 많은 친구고, 아직 다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성민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로봇 동물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 캐릭터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이성민은 작품 선정 기준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열정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시나리오는 없지 않나”면서도 우선 내가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스토리가 뭔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여러 사람과 토론도 하고 결정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호기심이다. 배우로서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내가 그 캐릭터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거다. ‘미스터 주는 캐릭터의 문제보다는 작업 전체의 호기심이 컸다”고 강조했다.(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