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우한發 조정장…"단기충격 의외로 클수도"
입력 2020-01-28 18:04  | 수정 2020-01-28 19:51
설 연휴를 마치고 28일 개장한 한국 증시가 우한 폐렴 공포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09% 하락한 2176.72로,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04% 하락한 664.70으로 마감했다. [사진 제공 = 한국거래소]
아시아 주식시장 문이 닫혔던 지난 설 연휴 기간 급속도로 퍼진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으로 전 세계 증시는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다. 후베이성에 위치한 인구 1000만명 메가시티인 우한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은 확산 속도가 빨라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 기준 사망자 106명과 확진자 4515명을 낸 상태다.
그 여파로 설 연휴 이후 아시아에선 가장 이른 27일 개장한 일본 닛케이225는 하루 만에 2%나 빠졌고, 28일 개장한 코스피도 휴장 중인 중국 증시 리스크를 헤징하려는 외국인 매도 행렬 속에 3% 이상 급락했다.
지난해 내내 신음하던 한국 증시는 올해 들어 미국의 이란 공습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러다가 우한 폐렴이라는 날벼락을 맞으며 증시는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염병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길게 가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지수가 빠지고, 중국 소비주 주가가 급락할 수 있지만 장기간 지속될 이슈는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한국 증시를 이끌고 가는 반도체 관련주들은 이번 우한 폐렴으로 인한 펀더멘털상 변화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우한 폐렴 여파가 장기전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중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한 것은 분명히 악재지만 치사율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에 비해 낮고, 이전 전염병 발생 시에도 단기 조정 후 주가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 연구원은 "질병 확산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를 지연시킬 뿐 영속적인 피해를 주는 사례는 드물었다. 피해가 있다 해도 지연된 소비는 매우 빠르게 회복되거나 정부 지원으로 만회했다"고 말해 이번 사태로 인한 증시 파급력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장기전으로 치닫진 않는다고 해도 당분간 주식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때와 달라진 건 한국 주식시장과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기전으론 가지 않아도 단기 낙폭 자체는 과거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확실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확진자들은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처방으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은 일종의 변종 전염병인 만큼 단기간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사람들 관측에 설득력을 싣는 대목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치사율이 과거 사스나 메르스, 신종플루 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증시가 휘청이고 있지만 한동안 지속됐던 과열을 식히는 계기라는 의견도 나왔다.
주식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강해지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 또한 28일 장·단기물 모두 금리가 급락하며 시작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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