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企銀행장 출근…노조추천이사제 수용
입력 2020-01-28 17:54  | 수정 2020-01-28 23:28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IBK기업은행 노사가 만나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한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인,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제공 = 기업은행 노조]
IBK기업은행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노사 공동 선언문 채택 이후 윤종원 기업은행 은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를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 행장은 청와대로부터 임명된 이후 27일 만인 29일 취임식을 갖게 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국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 행장은 29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 정상 출근해 이날 오전 9시에 취임식을 갖는다. 은행 관계자는 "윤종원 은행장이 설 연휴 중 노사 합의를 이뤄 29일부터 정상 출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선임된 윤 행장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이지만, 노조는 윤 행장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고 반대했다. 금융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신임 간부들까지 합세해 사태는 장기화됐고, 2013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14일)을 넘어서는 금융권 최장 기간 행장 출근 저지 기록이 세워졌다.
지난 22일 윤 행장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후 기업은행 노사의 만남은 연휴 기간 내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업은행 노사와 만나 유감의 뜻을 전달하면서 노사 간 공동 선언문 채택으로 이어졌다. 노사 공동 선언문에는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직무급제 도입 반대 △정규직 전환 직원에 대한 예산 확보 △희망퇴직 문제 해결 등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문 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노동이사제의 대안으로 나온 개념이다. 하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와 주요 4대 금융지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법제화 필요성 등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동추천이사제가 도입된 사례는 없다. 작년 3월 기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제가 추진됐다가 상급 기관장인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반대로 무산됐고, 국민은행에서도 2017년부터 세 차례나 노조가 추천 인사를 제시했지만 두 차례는 주총 표대결에서, 한 차례는 자격 미달로 낙마한 바 있다. 최근 수출입은행에서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선임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번 기업은행 노사 합의로 노조 경영 개입 등 부작용이 많은 제도를 국책은행이 앞장서 추진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 나머지 46% 지분은 일반 주주들이 가진 상장기업이다. 이날 윤 행장은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 "현재 노조 출신의 사외이사 한 분이 이미 계신 만큼 도입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유관 기관, 기업은행 직원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모든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노조추천이사제 :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기존 상법상 주주 제안을 통해 그동안 시도됐으나 표대결과 자격 요건 미달 등으로 실제로 도입된 적은 없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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