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극장과 방송가, 공연업계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화, 연극, 무용, 음악회 등이 펼쳐지는 극장과 공연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장시간 작품을 감상하므로 전염에 대한 우려도 큰 편입니다.
이에 따라 대형 극장과 공연장 등은 손 소독제와 체온계를 비치하는 등 감염 예방조치 강화에 나섰습니다.
아직 공연 취소 사태는 나오진 않지만, 일부 공연은 비공개로 전환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선제적 조처에 나섰습니다.
◇ 슈퍼주니어 공연 비공개로 전환…팬들 "중국 일정 조정하라" 요구도
오늘(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규 9집 발매를 앞둔 슈퍼주니어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이날 오후 3시와 7시 30분에 회당 팬 400여명 앞에서 컴백쇼를 녹화할 예정이었으나, 소속사는 이를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슈퍼주니어 팬 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한 상황으로 '슈퍼주니어 더 스테이지'의 모든 녹화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공지했습니다.
중국에서 예정된 가수들의 행사 일정 조정도 검토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내 행사 일정을 조정하라는 팬들의 요구도 나옵니다.
중국에서는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후 한류 스타들의 공연이 불가능하지만 최근 소규모 팬 미팅이나 팬 사인회 등은 잇따랐습니다.
보이그룹 SF9은 오는 3월 14일 중국 칭다오에서 팬 사인회가 예정됐다가 팬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SNS에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카오에서 다음 달 7∼8일 콘서트를 앞둔 보이그룹 NCT드림 팬들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팬뿐만 아니라 해외 팬까지 나서 SNS에 "아티스트와 스텝, 팬들의 건강을 지켜달라"는 글을 올려 소속사 측에 공연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 극장·공연·방송계, 사태 주시하며 방역 강화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공연 관련 기관들은 오전 대책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손 세정제를 배치하고 마스크를 준비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는 준비하고 있다"며 "메르스 때 있었던 매뉴얼을 참고해 대책을 마련 중이며 다른 공연장과의 공조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30~31일 신년음악회를 진행하는 KBS교향악단은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KBS교향악단은 "우한 폐렴 때문에 걱정이 많지만, 이미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취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내일(2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신년 갈라 콘서트를 여는 경기도립예술단도 공연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연극, 뮤지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실장은 "공연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말 걱정"이라며 "메르스 사태 때는 손 소독제를 곳곳에 비치하고 배우들 건강에 특별히 유의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재연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CJ ENM 박종환 부장도 "메르스 때는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고 하니까 관객이 많이 줄었다"며 "아직 티켓 예매나 판매에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극장들도 직원들에게 감염 예방을 위해 안전 예방 수칙을 준수하도록 독려 중입니다.
롯데시네마는 직원들에게 근무던 체온을 반드시 체크하도록 했으며, 손 소독제와 마스크 사용을 독려했습니다. 극장 내에도 손 소독제를 비치해 관객들이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대규모 방청객을 동원하는 공개 방송 프로그램이 많은 방송가에서도 사태를 예의주시합니다.
아직 녹화가 취소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은 방청객들에게 손 소독제와 마스크 사용 권장 등 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엠넷은 모레(30일) '엠카운트다운'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의심 환자를 관리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 "메르스 사태 재연하나…관객 급감 우려"
극장과 공연업계는 겨울방학 성수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관객 감소를 우려합니다. 인터넷과 SNS에도 극장이나 공연장,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회사원 46살 김 모 씨는 "아이가 겨울방학이라 극장이나 공연장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 혹시라도 전염될까 불안하다"면서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보며 집에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극장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났지만, 겨울방학이어서 가족 단위 관객의 극장 나들이가 많은 시기인데, '우한 폐렴' 여파로 관객 발길이 뜸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 공포가 정점을 찍은 6~7월 두 달 간 연극,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나 급감한 적이 있습니다.
조수곤 연극열전 차장은 "가뜩 대학로가 불경기인데, 메르스 사태 같은 타격을 받을까 봐 주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