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계엄군이 국민을 쏠 것인지…" 이발소서 10월 유신 비판했다 실형 받은 80대 48년만에 무죄
입력 2020-01-28 15:21 

지난 1972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른바 '10월 유신'을 단행하자 이발소에서 이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80대 남성이 48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2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3부(부장판사 마성영)는 1972년 당시 계엄군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해 계엄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최종 징역 3개월을 선고 받았던 김 모씨(84)에 대해 지난 17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1972년 10월 17일 10월 유신 선포 닷새 뒤인 22일 서울 성북구의 한 이발소에서 6~7명이 듣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종신이나 통일시까지 계속 유일할 것이다", "국회 앞 장갑차의 계엄군은 사격자세로 있는데 국민을 쏠 것인지, 공산당을 쏠 것인지. 재선거하면 국회 사무처 직원은 반으로 줄 것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군사법원은 1심에서 계엄령 조항 위반과 구 계엄법을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김씨는 항소한 끝에 징역 3개월로 감형받은 후 상고를 포기해 1973년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해 3월 "이 사건은 당초부터 위헌으로 효력이 없는 계엄 조항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재심을 청구하면서 사건은 다시 재판정에 올랐다. 이에 법원은 해당 계엄령에 대해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고 판결한 2018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포고 제1조 제5항을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10월 유신 계엄령에 대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한 당시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영장주의 원칙,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을 침해한다"며 무효라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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