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가 R&D 참여 대학·대학원생 `연구참여확약서` 의무화…근로시간·인건비 등 명시
입력 2020-01-28 13:36  | 수정 2020-01-29 19:32
대학 내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광주과학기술원]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참여확약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연구책임자(교수)와 상호 간 협약 체결을 통해 연구 업무 관련 근로시간과 인건비, 참여 내용, 기간 등을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학생연구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학생인건비 통합관리 지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학생연구원 내부 운영 규정 기준(가이드라인)'을 28일 발표했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 지정기관은 안정적인 학생인건비 확보 등을 위해 국가 R&D 사업의 학생인건비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정받은 기관으로, 1월 현재 기준 일반 대학 86곳과 KAIST을 비롯한 과학기술원 4곳, 정부출연연구기관 2곳 등 총 92곳이 포함돼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주요 대학 등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R&D 사업에 참여하는 학사·석사·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연구참여확약서를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한다. 연구책임자는 학생연구원 연간 활용계획에 따라 학생연구원과 협의를 거쳐 연구참여확약서를 작성하고 학기 또는 1년 단위로 협약을 체결해 산학협력단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연구원의 구체적인 역할과 참여 기간, 연구수당 등 인건비, 안전과 권리 보호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하며 연구 업무와 무관한 업무는 명시할 수 없다.
연구책임자는 학생연구원에게 연구참여확약서 내용과 무관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협약에 명시되지 않은 학내외 봉사 활동, 사적 업무에 학생연구원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또 국가 R&D 관련 업무라고 하더라도 학생연구원의 학업과 자율적인 연구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학생연구원은 연구참여확약서 내용과 무관한 업무 등 부당 업무를 거부할 권리를 가지며 학내 제반 절차에 따라 연구책임자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구책임자가 시정하지 않거나 조치가 미비할 경우 학생연구원은 인권센터와 감사팀 등 교내 관련 부서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기관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학생연구원의 지도교수 변경을 비롯해 연구책임자의 개인평가에 반영, 해당 연구책임자 연구실의 학생연구원 정원(TO) 조정, 징계위원회 회부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학생인건비 유용 방지에 관한 사항과 학생연구원의 상해·사망에 대비한 보험 가입에 관한 사항도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앞으로 각 기관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음달 말까지 내부 운영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상반기 중 운영 현황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석래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교수와 학생 간 상호 협력적인 관계, 연구와 학업에 전념 할 수 있는 대학원 문화 정착을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실제로 제도가 내실 있게 추진되려면 연구책임자들의 양심 있는 태도와 기관 차원의 엄격한 관리 체계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 대학의 경우 연구책임자인 교수가 과도한 권한을 가지면서 학생들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학생연구원의 인건비 관리, 성과 평가 등을 모두 교수 재량으로 여겨온 탓이다. 일부 교수들은 이 같은 위계를 빌미로 학생들에게 사적 업무를 시키는 등 '갑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정부는 앞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석·박사과정 학생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근로계약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학생연구원의 근로계약 체결 의무화로 인해 인건비 부담에 따른 TO 축소, 단기계약 양산, 학생 가처분 소득 감소, 장학금 자격 박탈, 학자금 상환 의무 발생 등 각종 부작용이 드러났다. 당초 정부는 학생연구원 근로계약 의무화 제도를 일반 대학 등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장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 같은 부작용과 자율성 침해 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학에는 연구참여확약서 수준으로 한층 완화해 도입하게 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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