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2.16대책 대출 규제가 `한국판 카스트 제도` 만들었다
입력 2020-01-28 11:38 
서울 시내 전경 [사진 = 매경DB]

몇년 전 한국사회가 '수저 논란'에 들썩인 적이 있다.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 소득이나 자산 수준으로 구분한 일명 '수저 계급론'이다. 이번에는 집값 차이로 구분한 신분제 용어가 생겨 또 다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명 '한국판 부동산 카스트 제도'다. 임대아파트 거주자를 비하한 용어들이 던진 사회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집값으로 사람들을 계급화한 것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값을 기준으로 삼은 계급 용어가 등장했다.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온 날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4개 등급으로 나뉘었다"며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한국에 도입됐다는 평"이라는 비난이 섞인 글이 올라왔다.
1등급은 집값이 15억원 이상으로 초고가주택이라 대출이 나오지 않고, 2등급을 9~15억원으로 고가주택 대출 한도 축소, 3등급을 6~9억원 주택 소유자로 대출 한도 40%, 4등급은 6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거나 무주택자라 보금자리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글에서는 ▲무주택자 '그냥 거지' ▲주택 9억원 이하 '서민' ▲주택 9~15억원 '중산층' ▲주택 15억원 초과 '상위층'이라고 표현해 집값 차이로 벌어진 '새로운 한국의 신카스트 제도'라고 비꼬았다.

한국 사회에서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따온 용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득, 노동, 교육 등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력 차이로 인한 격차를 겨냥한 계급론은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비판 여론 중 하나다. 다만 이번에는 12.16부동산대책으로 나뉜 대출 규모나 가능 여부에 따라 그 계급층을 한층 더 구체화했을 뿐이다.
이런 용어가 나타난 것은 시장이 체감한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규제로 고가 주택에 대한 기준이 급작스럽게 상향됐다는 것이다.
김창욱 리얼프렌즈 대표는 "기존 부동산 시장은 집을 가진 자와 빌려쓰는 수요 정도로만 양분화됐는데, 이번 정책으로 고소득층과 서민층이 극명하게 나뉘는 기준이 생겼다"며 "9억원 기준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12.16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너무 세밀화된 탓에 9억, 15억원 등의 등급으로 매겨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규제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견해도 있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일반인들이 접근조차 불가능해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대인데, 그 일부를 규제하는 것이 너무 과장됐다는 분석이다.
이제문 창조도시경제연구소장은 "(전문가들 말대로) 서울 (강남)에 집을 계속 지었음에도 집이 모자르다.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더욱 집이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막겠다는 정책을 지나치게 조롱한 것"이라며 "전국에 22만여채 밖에 안되는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는 것인데 일반인들마저 이를 과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소득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돈이 돈을 벌기때문에 소득이 낮은 이들은 상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서울 '상위 10%'가 벌어들이는 종합소득(사업·부동산·이자·근로소득 등을 합산한 소득)이 '하위 10%' 종합소득의 194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해당 자료를 공개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종합소득세 신고자와 근로소득세 신고자가 일치하지 않아 두 자료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도 근로소득 생활자보다 사업·부동산·이자 등 소득 생활자 사이의 양극화가 더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산층·저소득층에 분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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