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 인원이 지난 25일 20만명을 넘어서면서n번방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마감을 1주일 앞두고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정부 관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n번방 사건'이란 소라넷과 웹하드 등을 통한 성 착취물 유통이 외국계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사건을 말한다. 채팅방 운영자들이 최근 서버가 해외에 있고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는 텔레그램을 성 착취물 유통 채널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n번방에는 텔레그램 채팅방의 번호마다 서로 다른 피해 여성들의 신상 정보와 그들의 성 착취물이 올라왔다. 채팅방 운영자들은 문화상품권 처럼 추적이 어려운 금품을 받고 사람들에게 n번방으로 향하는 링크를 공유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n번방에서 유통된 성 착취물은 SNS 해킹을 통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이들이 피해 여성을 협박해 얻어낸 것들이다. 이들은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신상 정보로 협박하고 가학적인 사진과 영상 촬영을 강요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신고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채팅방을 수시로 없애고 만드는 일을 반복했다. 아울러 이러한 수법을 이용한 유사 n번방들까지 등장하며 텔레그램 비밀 채팅방은 성 착취물 유통으로 얼룩졌다.
청원인은 이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독일과의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텔레그램은 독일 Telegram Messenger LLP사가 운영하고 있어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한국 경찰이 추적하고 수사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국제 공조 수사는 오래 걸리고 절차가 까다로우나 이를 통하여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없지 않고, 이와 같은 사건을 근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0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이용자 300여 명을 검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한 입법과 관련한 `국민동의청원`도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 출처 = 대한민국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텔레그램에서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과 관련한 '국민동의청원'도 요건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 시 국회의원을 거쳐야 하는 '의원소개청원'과 달리 국회의원의 소개 없이 30일 동안 10만명의 국민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위원회로 올라가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오는 2월 14일 마감되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은 28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요건의 54%를 달성했다. 이 청원이 요건을 채운다면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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