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28일 오전 원씨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면서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고 그 자체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입장문을 낭독한 원씨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원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그는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면서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내가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부담을 주는 일이다. 그걸 견디기 힘들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당과의 관계에 대해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총선 두 번째 영입인재인 원씨는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이남자(20대 남성)'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원씨를 내세웠다.
그러나 미투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7일 원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여성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원 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혐(여성혐오)과 가스라이팅으로 저를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상황을 교묘히 조작해 대상이 자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가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되도록 만드는 일종의 세뇌행위다. A씨는 원씨와 교제하던 당시 데이트 폭력도 당했다고 밝혔다. 증거로는 폭행 피해 사진, 카카오톡 대화 캡처 등을 제시했다.
논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원 게시판 등을 통해 원씨 영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결국 원씨 스스로 사퇴 수순을 밟았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