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라임운용' 이어 알펜루트운용도 500억대 펀드 환매 중단
입력 2020-01-28 08:39  | 수정 2020-02-04 09:05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또 다른 자산운용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일부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다른 펀드들도 환매 연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증권사들이 펀드 운용 자금을 지원해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어서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어제(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오늘(28일)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567억 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후 다른 25개의 펀드(총 설정액 약 1천730억 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환매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알펜루트운용의 이번 환매 연기 사태는 그동안 이 회사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지원한 자금 총 460억 원가량을 회수하겠다고 최근 통보하면서 비롯됐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청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에는 계약 만기가 된 TRS 금액에 대해 상환을 요구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환매가 연기될 첫 번째 펀드인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TRS 자금 19억5천만 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에 투자돼 당장 현금화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문제에 빠졌습니다.

TRS 자금이 들어간 다른 펀드들도 환매 청구 주기가 다음 달 중순쯤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오는데, TRS 자금을 뺄 경우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워집니다. 이에 따라 TRS 자금이 들어간 펀드 총 26개(총 설정액 2천300억 원)가 줄줄이 환매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TRS 계약을 해지한 모 증권사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PBS 금액 비중을 줄이자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와 자금 회수를 요청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알펜루트운용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자산은 우량하고, 그동안 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그러나 증권사들이 TRS 유동성을 일시에 회수하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해당 자산을 실제로 팔면 얼마나 될지 가늠이 잘 안 되는 상황이고 다른 펀드들의 환매 연기 여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TRS란 = TRS(Total Return Swap)는 기초자산(주식, 채권, 상품자산 등)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모두 이전하는 신용파생상품입니다. 매입자는 기초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총수익(이자수익과 자본수익)을 매도자에게 지급하고, 매도자는 약정이자나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초기에는 주로 장부상 위험자산 한도가 초과된 은행이 다른 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위험을 이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됐지만, 근래에는 대부분 헤지펀드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증권사와의 계약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면서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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