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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윤시윤 "`1박2일`은 내 인생의 전환점…각성의 계기 됐죠"
입력 2020-01-28 07:01 
배우 윤시윤은 주연배우로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꽤나 냉철하고 엄격하게 분석했다. 제공|moa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윤시윤은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이후 KBS2 제빵왕 김탁구(2010)의 주인공으로 전격 발탁돼 단숨에 주연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 MBC 나도, 꽃!(2012), tvN 이웃집 꽃미남(2013), JTBC 마녀보감(2016), KBS2 최고의 한방(2018),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2018),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 SBS 녹두꽃(2019)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함께였다.
"저에 대한 자평을 하자면. 분명 주인공을 하고 있고, 10년간 주인공을 했으면 뭔가 인정받는 게 있을 거예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나는, 나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기회가 있다면, 나로 인해 긍정적 요소도 있겠지만 불안요소 또한 적지 않은, 부족함이 많은 주인공감임은 확실하다고 봐요. 그걸 자학할 것도 아니고, 그런 불안요소를 없애나가는 게 제 목표죠."
윤시윤은 "그게 이 시장에서의 내 현실이다. 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을 때 괜찮겠어? 하는 분들도 분명 많을 것"이라면서 "나는 그 불안요소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위치다. 10년 됐다고 애송이 아니라고, 아는 척 하고 그럴 위치는 아니라고 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간 연기 해 온 윤시윤의 목표는 여전히 연기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불안요소를 없애는 거. 연기적으로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마치 근육을 만들듯이 한방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한방에 인기를 얻는 사람들도 부럽지만, 연기적 신뢰를 쌓은 사람들이 정말 부럽죠. 그들은 한방에 얻은 게 아니니까. 그런 배우가 되고 어요."
데뷔 초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윤시윤의 시간은,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매 년 1~2개씩 작품을 했고, 매 순간 그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2014년 해병대 입대 후 불가피했던 2년의 공백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유의미한 쉼표가 됐다.
배우 윤시윤은 자신에게 `각성`의 계기가 된 작품이 `1박2일`이라고 밝혔다. 제공|moa엔터테인먼트
"입대 전에도 쉬지 않고 일하려 했어요. 그 때는 불안요소 같은 게 있으면,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쉬면서 기다렸죠. 하지만 군대 다녀오고 나서 바뀐 건, 하나라도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면 어떤 불안요소가 있다 해도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됐죠.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 순간 동료들이 그런 신뢰받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가더군요. 내가 왜, 갖고 있는 타이틀을 잃을까봐, 이 작품은 이래서 안 될 것 같고 저 작품은 저래서 안 될 것 같고. 그렇게 해왔을까 싶었어요. 사실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도 큰 차이는 없거든요. 그 부분이 바뀌었죠. 누군가 나를 불러준다면, 하나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쉬지 않고 가는 게 맞다고. 우리는 선택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선택 받았을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있고, 열심히 하는 게 내가 할 일이구나 싶었어요. 물론 구설이 있을 수도 있고 하락세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속 동식이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다이어리를 얻은 뒤 각성된 것처럼, 윤시윤의 인생에도 각성의 경험이 있었을까. 그는 망설임 없이 "1박2일에서 벌거벗겨졌을 때"라고 말했다.
"저는 제 자신을 내비치는 게 두려운 사람이었어요. 저는 튀는 사람도 아니었고,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고 배우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어쩌다가 데뷔를 하게 됐고, 두려움이 커졌어요. 나는 남자답지도, 세련되지도 못하고 리더십도 없고 빙구 같은데, 사람인데 사람들이 원래 내 모습을 알면 실망할텐데 그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초반엔 진짜 조심했어요. 예능도 안 나갔고, 나가도 말 조심하고 그랬죠. 1박2일도 사실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두려웠어요. 그런데 1박2일 첫 촬영 일주일 전, 제작진이 그 모든 걸 말도 안 되게 한방에 무너뜨려주셨어요."
윤시윤은 "처음엔 너무 괴로웠고 한 달은 무서웠다. 사람들이 깬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그리 멋있게 안 봤었고(웃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도 받아들이더라"고 말했다.
"너 원래 안 멋졌으니까, 그냥 그거 다 보여줘도 돼. 여기서 다 보여주고 거기서 쌓아가면 돼 그런 것 같았어요. 1박2일은 자존감 낮은 내가 조금이라도 진짜의 나를 대중에게 보일 수 있는 계기였고, 앞으로도 더더욱 내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의 리얼리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고, 그게 연기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1박2일'에 대한 그리움을 표한 배우 윤시윤은 언젠가 예능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청자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공|moa엔터테인먼트
그렇게 2016년부터 2년 반 넘게 1박2일과 호흡했지만 프로그램은 뜻밖의 사건(정준영 게이트)을 맞아 잠정 중단됐고, 현재 새 멤버들로 시즌4가 꾸려져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1박2일 시청자들과 예고 없던 작별을 고하게 된 점은 윤시윤에게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아쉬워요. 아쉽죠. 많이 아쉽고, 그립죠. 아직도 (김준호, 데프콘, 이용진 등 1박2일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형들이 예능 출연해서 하는 걸 보면 마냥 웃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보고 있으면 그리워서, 같이 있고 싶어서. 형들은 여전히 불꽃 예능감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들은 다 웃고 있는데, 저만 짠한 것 같아요. 형들 옆에 있고 싶고. 저의 이 그리움을 잠식시키려면, 형들이 더 웃겨줬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좋겠어요.(웃음)"
1박2일 외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윤시윤이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책 읽는 예능이나, 역사 예능, 강연 예능 등을 좋아한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내 힘이 조금이라도 필요하다고 인정해주신다면 즐겁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가 우선이고 예능은 후순위라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윤시윤은 "나는 연기를 너무 사랑하지만 연예인이다. 연예인은, 대중이 불러주는 게 곧 나의 정체성이지 내가 함부로 나는 배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작품을 안 봐주고 예능만 봐준다면 나는 예능인인 것이다. 대중이 나를 보고 싶은 모습에 맞춰 드리는 게 연예인"이라고 말했다.
무릎을 칠 정도의 현실감을 소유한 윤시윤이 밝힌 종국의 목표는 한국의 로빈 윌리엄스가 되는 것. 그는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고, 그건 바로 동식이 같은 어른아이다. 어른 같지만 아직도 철 들지 않은 아이의 모습, 이성보다는 감성이 통제 안 될 만큼 발달했고, 때로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고,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이상을 자꾸 찾으려 하는 어른아이.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 10년에 걸친 배우 윤시윤의 담금질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동식이 윤시윤에게 남긴 잔상이 남다른 만큼,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마지막 회에서 인우와의 마지막 매치를 앞두고 한 동식의 말처럼, 그의 "메인 이벤트는 이제 시작"이다.
psyon@mk.co.kr
사진제공|모아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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