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지탱할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업계가 주가 상승으로 화색이 돌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로 지난 한 달 사이 주가가 10~20% 상승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정제 마진 하락에 따라 정유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주가가 같은 기간 10% 넘게 하락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업체는 삼성SDI다. 삼성SDI는 연이어 대용량 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가가 지난해 21만~23만원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삼성SDI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24% 상승했다. 특히 22일 삼성SDI 주가는 28만6000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결과 삼성SDI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이 39.7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예상 PER는 17.4배에 그친다. 삼성전자보다 두 배가량 주가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3분기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면서 "유럽 주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은 2020년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배터리 구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LG화학 주가 또한 이를 반영해 최근 한 달 사이 11% 올랐다.
두 회사의 주가 급등은 '비(非) 배터리' 사업이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캐시카우' 사업이 앞에서 끌면 '미래 먹거리' 배터리 사업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계가 전 세계적으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며 비주력 사업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의 경우 매출의 70%는 배터리가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여전히 절반 넘게 전자재료 사업에서 나온다. 그만큼 삼성SDI 실적은 반도체 경기와 밀접하다. 삼성SDI 전자재료 사업부가 생산하는 각종 소재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비배터리 사업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앞으로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에 주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화학 또한 비배터리 사업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지만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매출은 석유화학 분야가 50%를 차지하고 배터리(27%), 첨단소재(17%) 등이 뒤를 잇는다. 여전히 LG화학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 분야라는 뜻이다. 심지어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돼 LG화학의 '캐시카우'는 여전히 석유화학 부문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 등에 따라 재고 확보 움직임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석유화학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 실적이 부진에 빠지면서 주가가 되레 하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한 달 사이 15% 하락해 다른 배터리 업체와 대조를 이뤘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3일 13만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LG화학과 삼성SDI 주가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기대로 급등하는 사이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매출 구조에 기인한다. SK이노베이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이 99%를 차지한다.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배터리 사업의 후발 주자로 꼽힌다. 특히 최근 정제 마진이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며 팔아도 밑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업종은 역내 수요 부진, 중국 신증설 등 공급 과잉으로 정제 마진이 급락했다"면서 "특히 높아진 중동 유가 프리미엄과 각종 비용 상승 등으로 실질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부터 환경 규제가 강화된 것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약 1조원을 투자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이 설비는 오는 4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업체는 삼성SDI다. 삼성SDI는 연이어 대용량 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가가 지난해 21만~23만원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삼성SDI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24% 상승했다. 특히 22일 삼성SDI 주가는 28만6000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결과 삼성SDI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이 39.7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예상 PER는 17.4배에 그친다. 삼성전자보다 두 배가량 주가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3분기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면서 "유럽 주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은 2020년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배터리 구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LG화학 주가 또한 이를 반영해 최근 한 달 사이 11% 올랐다.
두 회사의 주가 급등은 '비(非) 배터리' 사업이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캐시카우' 사업이 앞에서 끌면 '미래 먹거리' 배터리 사업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계가 전 세계적으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며 비주력 사업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의 경우 매출의 70%는 배터리가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여전히 절반 넘게 전자재료 사업에서 나온다. 그만큼 삼성SDI 실적은 반도체 경기와 밀접하다. 삼성SDI 전자재료 사업부가 생산하는 각종 소재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비배터리 사업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앞으로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에 주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화학 또한 비배터리 사업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지만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매출은 석유화학 분야가 50%를 차지하고 배터리(27%), 첨단소재(17%) 등이 뒤를 잇는다. 여전히 LG화학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 분야라는 뜻이다. 심지어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돼 LG화학의 '캐시카우'는 여전히 석유화학 부문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 등에 따라 재고 확보 움직임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석유화학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 실적이 부진에 빠지면서 주가가 되레 하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한 달 사이 15% 하락해 다른 배터리 업체와 대조를 이뤘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3일 13만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LG화학과 삼성SDI 주가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기대로 급등하는 사이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매출 구조에 기인한다. SK이노베이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이 99%를 차지한다.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배터리 사업의 후발 주자로 꼽힌다. 특히 최근 정제 마진이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며 팔아도 밑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업종은 역내 수요 부진, 중국 신증설 등 공급 과잉으로 정제 마진이 급락했다"면서 "특히 높아진 중동 유가 프리미엄과 각종 비용 상승 등으로 실질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부터 환경 규제가 강화된 것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약 1조원을 투자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이 설비는 오는 4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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