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항구와 경사진 도로, 금문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미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도시가 최근 사람 배설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 청사 인근 중심가인 텐더로인 거리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선 널부려진 인분과 소변 자국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8000명 넘게 늘어난 노숙자들이 아무데나 배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집값 상승이다. 실리콘밸리의 부유층이 샌프란시스코의 집을 사들이면서 최근 5년 사이 집값이 2배 이상 뛰었다. 중간 주택가격이 20억원에 이르다 보니 집을 구하지 못한 도시 저소득층을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시 노숙자 지원단체에 따르면 집주인들이 월세를 2~3배 올려 받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쫓아내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수천 가족들이 집에서 쫓겨났다.
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와 배설물로 지역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시는 인분 순찰대와 간이화장실을 설치하고,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공공 임대주택을 짓는 등 배설물을 줄이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더 있다. 여기저기서 마약을 하고 주사기를 돌려쓰면서 에이즈 전염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여성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와 절도 등 생계형 범죄도 크게 증가했다.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한 결과가 혹독한 대가로 돌아온 것인데 집값 고공행진으로 세대·지역간 갈등이 나날이 깊어가는 서울이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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