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투 촉발' 서지현, 법무부 '깜짝 배치'…여성 검사 약진 '눈길'
입력 2020-01-23 13:16  | 수정 2020-01-30 14:05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검사(47·사법연수원 33기)가 법무부로 자리를 옮겨 조직문화 개선 관련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올해 초 검사장급 인사에서는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간부들을 사실상 문책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조직 쇄신'이라는 메시지를 새롭게 던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무부는 2020년 상반기 검찰 인사를 오늘(23일) 발표했습니다. 우수 여성 검사들을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주요 보직에 적극적으로 발탁했고, 출산·육아 목적 장기근속제를 폭넓게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서 검사를 법무부에 배치해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 및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정 부서에 파견 형태로 근무토록 할지,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보직을 신설해 해당 업무를 맡길지 등은 검토 중입니다.

검찰 내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던 서 검사에게 법무부가 조직문화 개선 업무를 맡기기로 한 것은 취임 전부터 꾸준히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추 장관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초 서 검사는 안태근 전 검사장이 자신을 성추행했고 이를 덮기 위한 인사 보복까지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해 한국 사회 각계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서 검사 외에도 조직 감시와 개혁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대검의 부서에 여성 검사들이 대거 배치됐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파견 중인 박은정 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이동했고, 박지영 여주지청장은 대검 검찰개혁추진단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법무부는 서 검사에 이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도 서울중앙지검으로 전보하려고 했으나, 안 검사 본인의 강력한 의사에 따라 전주지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선 검찰청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 여부를 감독하는 인권감독관 제도도 전면 확대됐습니다. 인권감독관이 배치되지 않았던 4개 지방검찰청(춘천·청주·전주·제주)에 인권감독관이 추가로 배치됐습니다. '절제된 수사권 행사'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형사·공판부 우대' 원칙은 이번에도 적용됐습니다. 인권·민생 중심 업무에서 오래 근무한 검사들 다수가 중요 보직으로 이동했습니다. 고검이나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등에서 민생 사건 처리를 위해 힘썼던 검사들도 지검 차장검사 등에 발탁됐습니다.

법무부는 또 사건 수사와 공판의 연속성을 고려해 현안이 있는 수사팀의 부장검사·부부장검사 등은 대부분 유임시켰으며,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검사를 관련 부서의 부장으로 전보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조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통상의 보직 경로대로 사법연수원 27∼28기를 서울중앙지검 차장에 배치하는 한편 34기 부부장검사들이 일선 청에서 주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부장 승진을 유보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검찰 인사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기수 안배 등을 보면 이번 인사는 전체적으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된 느낌"이라면서도 "서지현 검사 등 여성 검사들을 감찰 보직에 배치한 것은 '개혁' 속도를 올리겠다는 추 장관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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