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서울 다음으로 소득 수준이 높지만 '돈을 쓸 데가 없다'는 통설이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울산은 가계 총 소비 대비 순유출액 비중이 4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가계 역외 소비율은 전국에서 6번째로 높았고, 소비 유입률은 가장 낮아 소비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
울산 1인당 개인 소득(2017년 기준)이 2196만원으로 서울(2224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하지만 시민들은 주로 부산과 경남지역 대형 아울렛과 백화점에서 옷과 가전 제품을 사고, 유명 맛집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돈을 쓴 것으로 분석됐다. 암 등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등에서 장거리 진료를 받는 시민들도 많다.
실제 전국 5대 광역시 중 울산의 도·소매업 GRDP 비중은 2.5로 부산(9.2), 광주(6.9), 대전(7.0), 대구(8.7)보다 턱 없이 낮다. 울산은 5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대형 아울렛이 한 곳도 없다. 연면적 1000㎡ 이상 대형 소매업체 수는 인구 1만명 당 0.9개로 가장 적었고, 대규모 점포 접근 시간은 가장 높았다. 그만큼 돈을 쓰고 싶어도 쓰기 힘든 상황이다.
울산은 전문 의료 서비스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중대 질환 자체 충족률은 61.6%로 5대 광역시 평균(68.6%)을 크게 밑돌았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명 정도로 경북,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적다. CT와 MRI 등 중대 질환 진단을 위한 특수촬영장비는 100만명 당 72대로 5대 광역시 평균(94.4대)보다 크게 적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단순 쇼핑 외에 오락, 문화, 레저 등 여가 활동이 가능한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해 유통업 관련 지출이 울산 안에서 이뤄지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KTX 울산역과 주요 관광지를 연계하는 교통망을 확대해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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