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한국과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를 기록하며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확장재정을 통해 세계경제 부진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차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한 해 우리 경제의 성과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면서 "그래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2% 성장을 지켜내고 4분기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흐름(전기 대비 +1.2%)을 보인 점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차관은 "우리는 작년에 정확히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0.7%p)만큼 국내성장률이 감소했다"며 "그런데 독일(1.5%→0.6%)과 싱가포르(3.1%→0.5%)는 세계 성장률보다 국내성장률이 더욱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나마 독일,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나은 실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 비결로 김 차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재정건전성에 집착해온 국가로 꼽힌다. 김 차관은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독일 24%, 한국 27%), 무역 의존도도 높아(독일 71%, 한국 66%) 우리 경제구조와 매우 유사해 항상 비교대상이 된다"면서 "어지간한 충격에는 끄떡하지 않던 독일의 지난해 성장률이 반토막 아래로 곤두박질 친 것은 경기흐름에 반하는 긴축적인 재정운용으로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수출부진(-10.3%)과 건설 및 설비투자 조정, 그리고 경기순환적 둔화 국면의 삼중고에 맞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그나마 민간소비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독일은 훨씬 심각한 불황국면에 접어들었을 것"이라며 "민간부문이 어려울 때 재정마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 지난해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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